[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국내 의료진이 비만대사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혈액 안에 비정상적으로 높게 유지되는 혈당을 대변으로 배출시키는 방법을 찾아냈다. 기존 인슐린이나 당뇨병 치료제, 비만 약제가 갖는 기전과 다른 새로운 개념의 약물치료 타깃이다.
연세의료원은 구철룡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조응혁 핵의학과 교수, 권인규 강남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교수팀이 최근 이 같이 내용이 포함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저널인 GUT(IF 19.819)에 ‘비만대사수술 후 소장을 통한 포도당 배출 현상 발견 및 관련 기전 분석: 당뇨병 새로운 치료 타깃 규명’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기존 당뇨병 치료법은 혈중 포도당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체내 다른 장기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환자가 인슐린 저항성이 심할 경우 치료법이 마땅치 않고, 인슐린 분비 기능이 없을 때는 평생 인슐린 주사를 맞는 것 외에는 치료법이 없다.
당뇨병 신약으로는 혈중 포도당을 신장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SGLT-2 억제제가 개발돼 뛰어난 혈당 강하와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또 포도당 수송을 조절, 혈당과 무관하게 심장 순기능을 제고시켜 심부전 및 심혈관질환 치료 효과도 있다. 하지만 이 약은 당뇨병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신장 기능 감소 환자에게는 사용할 수 없다.
당뇨병 및 비만 치료 효과에서 가장 뛰어난 치료 성적을 나타내는 것은 ‘위우회술을 이용한 비만대사수술’이다.
최근 당뇨를 동반한 비만 환자에 대한 비만대사수술은 미국서 표준치료로 권고되고 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급여로 허가했다. 치료 효과가 그만큼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만대사수술이 대사성 질환에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기전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비만대사수술과 유사한 방식의 수술법인 조기 위암 환자들에서 ‘위 절제술’을 받은 환자에게 혈액 내 과잉 포도당이 소장 세포로 이동해 대변으로 배출되는 현상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포도당 배출이 활성화된 소장 부위에서 나타나는 전체 전사체의 발현량을 비교 분석했는데, 엠피레귤린(Amphiregulin) 단백질이 증가했고, 관련된 상피세포성장인자(EGFR) 수용체 신호 전달체계가 매우 활성화됨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포도당 대사 및 이동과 관련된 포도당 수송체가 활성화돼 혈액 내의 포도당이 소장으로 이동해 대변으로 배출되는 기전이다.
‘엠피레귤린’은 상피세포성장인자(EGFR)를 활성화하는 여러 리간드(ligand)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상처 치유 효과, 세포 증식 속도 및 세포 내 당(糖) 대사를 조절할 수 있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이후 비만대사수술을 하지 않은 비만 및 당뇨병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엠피레귤린’을 주사로 투약하고, 소장 내에 젤 형태로 코팅해보기도 했는데, 비만대사수술과 유사하게 혈당과 체중이 감소 및 소장을 통한 혈액 내 포도당이 대변으로 배출됐다.
구 교수는 “비만대사수술은 당뇨병 및 비만 치료 효과가 매우 뛰어나지만, 수술 자체 위험 및 환자가 갖는 부담 때문에 활성화되지는 못했다”며 “비만대사수술과 유사한 기전을 갖는 약제 개발의 새로운 타깃인 소장 내 상피세포성장인자 관련 신호를 발굴했다는데 이번 연구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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