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지난 1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두고 한의계 내부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일부 한의사들이 "시범사업에서 책정된 첩약 수가가 당초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논의된 것보다 낮은 수준"이라며 정부와의 재협상을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한의계에 따르면 한의협은 신년 1월4일~6일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 최종 시행안’에 대한 대회원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한의협은 이날 회원들에게 투표일정과 참여 방법을 회원들에게 공지했다.
한의협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부안을 그대로 시행한다는 의견이면 ‘찬성’에, 정부와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면 ‘반대’에 투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의협은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을 둔 대회원 찬반투표 시행여부를 대의원 서면결의를 통해 결정했다. 일부 한의사들이 시범사업이 시행된 후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현재 한의계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시범사업의 수가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진행하기 전 이뤄진 정부용역보다 ‘심층변증방제기술료’가 6290원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처방내역을 환자에게 공개하는 것이 의무화 된 것도 내부반발의 원인이 됐다.
이처럼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둔 한의계 내부 반대목소리가 높아지자 최혁용 한의협 회장은 대회원 담화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지난 24일 대회원 담화문을 통해 “첩약건강보험 관련 투표에 기권을 선택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찬반투표 자체가 "한의계에 손해”라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이번 회원투표와 관련해 시민단체와 정부는 8년 전처럼 한의계가 다시 사업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과 우려가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회원 투표가 찬성으로 나온다면 지금 협상안에 만족한다는 뜻이 돼 향후 대정부 협상에 장애물이 되며, 반대표가 높아도 (한의계가 반대하고 있다는) 떠들썩한 이슈로 부각돼 마이너스로 작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의협의 다른 임원들은 이번 대회원 투표를 계기로 회원들의 의견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렴해 나가겠단 입장을 밝혔다.
한의협 A임원은 “의료 시범사업이 진행될 때마다 관련단체 회원들이 수가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의료계도 마찬가지”라며 “회원들의 불만은 지금도 인지하고 있으며,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회원 투표결과 ‘반대’의견이 우세해도 이는 사업을 중단하자는 의지가 아닌 시범사업 내용에 대한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시범사업 자체에 대한 한의계의 합의는 형성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1월 참여기관을 모집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에는 12월 중순 기준 전국 9024개 한의원이 참여 중이다. 전체 64% 정도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는 의약한정 협의체를 새로 구성해 시범사업 기간 중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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