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공중보건의사(이하 공보의) 숫자가 해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의료취약지의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데일리메디가 보건복지부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2020년 연말 기준으로 한의과, 치과 공보의를 제외한 의과 공보의는 1908명이다.
2012년 2528명에 달했던 의과 공보의가 8년 만에 600명 넘게 줄어든 것이다. 2019년에 1971명으로 2000명대 밑으로 떨어진 데 이어 불과 2년 만에 1900명대 선까지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이처럼 공보의 숫자가 감소 추세인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는 통상 신규 의과 공보의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일반의를 통한 공보의 인력 수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지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공보의들의 업무가 과중해진 것은 물론 지난해 의료계 단체행동과 의대생들의 의사국시 거부 여파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관계자는 “상반기에 실기시험을 보는 학생들도 공보의를 지원할 수 있다고 하지만 올해 공보의 지원자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이어 “지난해 단체행동을 거치며 생각이 바뀐 의대생들도 있을 것이고, 공보의가 아닌 현역 입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의대생들도 있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역병 입대 고려∙여자 의대생 증가로 지원자 감소 전망···복지부 "취약지 위주 배치"
올해 정상적으로 공보의 수급이 이뤄진다고 해도 장기적으로 감소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여전히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아직까지는 대다수 의대생들이 의사면허 취득 후 바로 공보의에 지원하거나 추후 군의관으로 입대를 계획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현역 입대를 고려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같은 변화의 이유 중 하나로 현역 일반병의 복무기간이 줄면서 과거에 비해 공보의와 복무기간 차이가 크게 늘어난 것이 꼽힌다.
현재 일반병의 경우 복무기간이 육군 기준으로 18개월인데 반해 공보의는 36개월에 달한다. 복무기간에 산입되지 않는 군사훈련기간까지 포함하면 37개월로 육군 복무기간의 두 배가 넘는다.
최근 현역으로 입대를 결심한 A 의대생은 “현역과 공보의 복무 기간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점이 현역으로 입대키로 한 큰 이유 중 하나”라며 “예전엔 주변에서 현역으로 입대한단 얘긴 거의 없었는데 요즘은 들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예과 2학년 때 현역으로 입대 후 전역한 B 의대생(올해 본과 4학년 진급)은 “인턴에 떨어진 동기들이 군 문제가 해결된 것을 부러워하기도 한다”며 “당시엔 학업을 중단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고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고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의대생들의 현역 입대에 더해 과거 대비 젊은 의사나 의대생들 중 여성 비율이 늘어나는 것 역시 공보의 숫자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2020년 기준 전체 의사 중 여성의 비율은 26.5%이며, 현재 의대생들 중에는 여성이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군필자와 여성 비율이 늘면서 공보의 숫자가 조금씩 줄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아직 올해 공보의 인원은 배정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감소 추세가 계속되면 의료 인프라가 갖춰진 곳들의 경우 공보의 배치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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