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우리 몸 안엔 자연적인 신체 과정을 24시간 주야 리듬에 맞추는 '생체시계'(circadian clock)가 존재한다.
수면 부족, 제트 랙(시차증), 교대 근무 등으로 생체시계가 교란되면 일부 유형의 암 발생이 증가한다는 연구 보고도 나왔다. 이 중에는 미국 내 남성 암 사망 원인 2위인 전립선암도 포함된다.
관련 논문은 지난 15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전립선암이 말기 암으로 진행하려면 남성 호르몬 안드로겐이 필요하다.
그래서 안드로겐과 안드로겐 수용체를 각각 또는 동시에 억제하는 치료법이 전립선암에 흔히 쓰인다.
이 대학 의학부의 시드니 킴멜 암 센터(SKCC) 연구팀은 먼저, 안드로겐 수용체가 생체 시계를 조절하는 CRY-1 유전자 발현을 유도한다는 걸 전립선암 조직 실험에서 확인했다.
암세포의 DNA 손상을 표적으로 삼는 암 치료제는, 암세포의 DNA 복구 메커니즘에 결함을 만들어 암세포의 자기 파괴를 유도한다.
흥미롭게도 이 생체 시계 유전자는 암세포의 DNA 복구 기제에 변화를 일으켰다.
연구팀은 배양한 전립선암 세포, 전립선암 환자에게서 분리한 종양 조직 등을 대상으로 CRY-1 유전자가 암세포의 DNA 복구 과정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실험했다.
암세포의 DNA가 방사선 노출로 손상되면 CRY-1 유전자의 발현 수위가 곧바로 높아졌다.
CRY-1은 또한 암세포의 DNA 복구에 관여하는 필수 인자들의 가용성을 직접 조절해, 암세포가 다른 수단으로 DNA 손상에 대응하게 했다.
신체 리듬 조절에 관여하는 CRY-1 유전자가 전립선암과 같은 공격적인 질병의 진행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이번에 처음 입증됐다.
이는 암세포의 DNA를 손상해 자멸사를 유도하는 암 치료에 대해 CRY-1 유전자가 일종의 '보호 효과'를 보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논문의 제1 저자인 아예샤 샤피 박사후연구원은 "말기 전립선암에서 CRY-1의 발현 수위가 높아진다는 건, 이 단계에서 안드로겐 표적 치료가 잘 안 듣는 이유를 부분적으로 설명한다"면서 "암 종양의 CRY-1 발현 수위가 높으면 DNA 복구 표적 치료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은 종양의 성장을 부추기는 CRY-1 유전자의 작용이 전립선암의 실행 가능한 치료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CRY-1을 표적으로 최선의 발현 차단법을 찾아내는 걸 다음 연구 목표로 정했다.
생체 리듬을 흔들어 암 치료에 영향을 미치는 생체시계 관련 유전자가 이 밖에 더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주요 연구 과제다.
논문의 수석저자인 카렌 크누트젠(Karen E. Knudsen) 박사는 "생체리듬 혼란이 암 치료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건 이제 입증됐다"라면서 "자연스러운 신체 리듬에 맞춰 하루 중 특정 시간대에 약을 투여하면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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