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생긴 입법 공백을 대한산부인과학회의 가이드라인이 메우고 있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낙태가 가능한 임신 주수에 대해서 정부는 ‘24주’를 내세웠지만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는 ‘22주 이상’에 대해서는 낙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일선 산부인과들의 경우 소속 학회의 권고를 따를 가능성이 다분하다.
이와 함께 진료거부와 관련해서도 소송 불씨가 있어 현장에서는 혼란스럽다는 지적이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산부인과학회는 최근 낙태법 폐지에 대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임신 10+0주 미만에는 임신한 여성이 아무 조건 없이 낙태할 수 있다’, ‘임신 10+0주부터 22+0주 미만에 낙태를 원하는 경우에는 상담과 일정기간 숙려 절차를 거쳐 낙태를 하도록 한다’, ‘임신 22+0주 이후에는 태아가 모체 밖에서 생존 가능성이 있으므로 낙태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산부인과학회가 호소문 형식으로 발표한 권고문이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새다.
의원급 산부인과 관계자는 “산부인과학회에서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며 “정부에서는 24주까지 허용하겠다는데, 모자보건법 개정 이전이기 때문에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11월 24일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는데, 개정안은 임신 14주 이내 낙태 행위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임신 15주부터 24주까지는 기존 모자보건법상 임신 중지 사유에 해당하거나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으면 낙태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국회가 관련 법 개정에 첫 발도 내딛지 못 하면서 입법 공백이 생겼고, 이를 학회 가이드라인이 대신 채우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일선에서는 진료거부 관련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국무회를 통과한 모자보건법 개정안에는 낙태 요청에 대한 의사의 거부권을 명시하고 있으나 마찬가지로 입법 공백으로 인한 논란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다.
또 다른 의원급 산부인과 관계자는 “낙태죄가 폐지됐기 때문에 진료거부 민원이 제기될 수 있다”며 “국회가 지난해 말에는 매듭졌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 개정 전이라 의사-환자 간 싸움이나 갈등이 표면화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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