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지호기자] 난청이 지속되면 뇌(腦) 기능이 떨어져 치매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가능성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이와 함께 난청환자의 대뇌피질 변화 양상을 인공지능(AI)으로 계산하는 방법이 고안, 이를 활용한 인공와우 이식수술 결과 예측이 가능해져 이식수술을 고민하는 고도난청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박홍주 교수[사진]팀은 미국 남가주대 신경과 연구진과 함께 서울아산병원에서 보청기로도 청력을 회복하지 못해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시행한 성인 고도난청 환자 94명의 뇌 MRI(자기공명영상)와 대뇌피질이 정상인 환자 37명의 뇌 MRI를 비교했다.
치매 환자의 경우 대뇌피질 위축이 관찰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소견이다. 난청 환자에서 난청 기간이 길어질수록 청각과 언어인지를 관장하는 뇌 왼쪽 상부 측두엽을 포함한 많은 부위에서 대뇌피질 부피가 감소됨이 확인됐다.
특히 언어인지를 담당하는 대뇌피질 위축 정도가 적을수록 인공와우 이식수술 결과가 좋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청력손상이 뇌 기능 저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난청 기간이 길어질수록 구체적인 특정 뇌 부위가 위축돼 말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고, 특정 대뇌피질의 위축 정도에 따라 회복 여부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또한 박홍주 교수팀은 뇌의 위축된 정도를 역추적하면 인공와우 이식수술 후에도 언어 이해력에 따른 수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 난청환자의 대뇌피질 변화 양상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 결과, 뇌 MRI 영상자료를 가지고 인공와우 이식수술 결과를 오차범위 8.5% 내에서 예측할 수 있었다.
그동안 난청 기간과 환자의 나이, 청력 손실 등을 종합해 임상적으로 인공와우 이식 수술 결과를 추측해왔는데 이제는 임상정보에 영상정보를 추가해서 과학적으로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연구로 인공와우 이식을 고민하는 난청 환자에게 적절한 수술 효과 기대 정도를 알려줄 수 있고, 수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줄일 수 있게 됐다.
박홍주 교수는 “난청이 수년간 지속되면 대뇌피질 특정 부위가 위축되고 다양한 방향으로 변화된다는 것이 이번 연구로 증명됐다”며 “난청은 장기적으로 치매로 이어져 환자 삶의 질을 낮출 수 있어, 난청으로 생활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보청기 사용 등을 통해 꾸준히 청각피질을 자극해 대뇌를 건강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보청가 효과가 없는 고도난청으로 인공와우 이식수술을 받아야 할 경우 대부분 성공적인 청각재활이 가능하다”며 “보청기 효과는 부족하지만 인공와우를 시행할 정도로 청력이 나쁘지 않은 환자의 경우 보청기의 적절한 조절을 통해 성공적인 청각재활을 할 수 있는 부분도 많은데 난청이 있는 경우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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