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수첩] 공공의료원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감염병 대응에 핵심적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민간병원과의 차별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공공병원은 국내 전체 병상수의 15%에 불과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약 80% 환자의 치료를 담당했다.
주기적으로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는 시대에 공공의료원의 필요성을 체감한 정부와 지자체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공공의료원 신축 및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코로나19 등 신종 감염병 대응과 지역 필수의료 지원 등을 위한 '공공의료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대전과 진주, 서부산 등 3곳을 공공의료원 예타 면제 사업으로 선정했다.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통과가 어려운 공공의료원 설립의 최대 관문인 기재부 예타조사가 면제되자 지자체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며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부 예타 면제 사업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공공의료원 설립을 준비 중인 울산광역시와 광주광역시 역시 향후 예타 조사 면제를 기대하면서 공공병원 유치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들은 공공의료원 설립을 위한 여론 형성 및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민관합동 토론회를 개최, 정부 부처를 방문하는 등 설립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의료원 설립을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활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서는 코로나19 위기 속 공공의료원의 적자 운영에 도움을 호소하고 나섰다.
지방의료원 근로자들은 최근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시작하며 “정부의 손실보상금은 의료원 적자 운영을 메우기 역부족이고, 의료원이 스스로 수익을 내 운영하는 독립채산제 구조로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공의료원은 입원과 외래환자를 받아 생기는 의료수익과 장례식장, 주차장 운영 같은 부대사업을 통한 수익으로 운영을 이어가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확진자 진료에 힘쓰고 장례식장 운영이 중단되면서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공공의료원의 노동강도는 이전보다 높아진 반면 운영 적자에 따른 임금 체불 등으로 퇴사를 결심하는 직원이 늘고 있다.
사실 공공의료원의 의료인력 수급 난항은 비단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니다. 적자 운영으로 인한 열악한 근무환경과 인프라 등 공공의료원 특성상 의사와 간호사 등 근무를 꺼리는 것이다.
충남 지역의 한 공공의료원은 의사 모집을 위해 2억 이상의 연봉을 제시해도 지원자가 없고, 간호사 유출 또한 심각해 대부분이 충분한 간호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K방역 최전선에 남은 의료진이 하루하루 높은 노동강도 속 자신을 갈아 넣는 희생으로 운영이 가능한 것이다.
날로 커지는 공공의료의 중요성으로 공공의료원 신축‧확장에 관한 소식은 하루가 다르게 발표되는 반면, 공공의료원의 고질적 문제인 수익 구조를 해결책이나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한 처우 개선에 대한 얘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 속 신설되는 공공의료원 또한 기존과 같은 문제를 겪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공공의료원은 ‘공공성’과 ‘수익성’ 사이에 적당한 균형을 잡으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야 한다.
하지만 수익성에 대한 대책 없이 공공성을 강조해 숫자만 늘린다면 신설되는 공공의료원은 훗날 ‘계륵(鷄肋)’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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