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빅5 병원을 포함한 다수의 대학병원 간호사 대기기간이 코로나19 등으로 길게는 1년을 넘어 무한대기 상태까지 발생해 합격생들 사이에 고용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1월 22일 진행된 제61회 간호사 국가시험 합격자들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근무에 투입되지만 대기기간이 길어질 경우 ‘웨이팅게일’ 신세로 2022년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웨이팅게일은 채용이 확정됐음에도 병원에 실제 입사해 근무를 시작하기 전까지 무기한 대기발령 상태에 있는 간호사를 뜻하며 의료현장에서 흔히 ‘대기간호사’라고 불린다.
웨이팅 순서는 신규 간호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신청을 받기도 하고, 성적과 채용점수를 합산해 정하는 등 각 병원마다 다른 기준으로 결정된다.
대부분의 병원들은 이‧퇴직률이 높아 결원이 자주 발생한다는 간호사의 직업적 특징을 고려해 티오가 생기면 즉시 인력을 충원하기 위한 이유로 대기 간호사수를 2~3배까지 증원하는 대규모 채용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상급종합병원 및 대학병원 77개소 중 71%인 55개소가 임용 대기제도를 시행하고 있었다.
국공립 대학병원 및 상급종합병원 24개소의 신규간호사 모집정원 대비 실제 임용 발령률은 평균 67%였고, 이들 중 현장에 발령될 때까지 1년 가까이 대기하는 경우가 56%로 과반수를 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환자 감소와 운영 어려움 등으로 빅5병원을 포함한 다수의 대학병원 등은 지난해부터 대기기간을 연장했다.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에 합격한 간호사 A씨는 “3월부터 입사라고 생각했는데 병원 측에서 10~12월 예정이고 사정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통보했다”며 “웨이팅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에 합격해 대기 중인 B씨 또한 “지난해 6월 입사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8월로 지연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그 후로는 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이 되며 임용시기가 불투명하게 됐다. 사실상 무기한 대기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지난해 합격자들도 다 채용하지 못한 병원도 많다고 알고 있다”며 “올해 간호대학 합격생이 최다라고 들었는데 대책 없이 간호사만 늘리면 이들은 또 얼마나 대기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코로나19 환자 간호인력이 부족한 상황 속 보라매병원이 수 개월째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 대기간호사가 아닌 파견인력을 현장으로 투입해 논란이 됐다.
서울시는 지난달 코로나19 브리핑을 통해 “보라매병원 간호사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270명을 채용해 임용대기 중”이라며 “정원 외 코로나19 중환자도 5명 증원했다”고 말했다.
임용대기 중인 간호사 270명은 시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별도로 채용을 간호사가 아닌 보라매병원의 대기 간호사다.
지난해 10월 31일 기준 보라매병원의 임용 대기 중인 간호사는 299명으로 2개월에 걸친 결원에 따른 발령으로 지난 1월 270명이 남아있었다.
이에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본부는 기존의 ‘대기 간호사’를 조기 발령해 인력을 충원해 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으나 서울시가 파견인력을 현장에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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