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아이젠멩거증후군이라는 희귀 질환을 앓던 20대 산모(A씨)가 길병원 다학제 진료를 통해 출산에 성공했다.
아이젠멩거증후군(Eisenmenger syndrome)은 심장 내 결손으로 폐동맥으로 많은 양의 피가 흐르게 되는 질병으로 발병 시 폐동맥의 혈류가 증가될 뿐만 아니라 폐동맥 압력도 높아져 폐동맥벽이 점차적으로 두꺼워지는 등 변화가 온다.
A씨가 처음 자신의 질환을 인식한 것은 지난 1월 21일로, 임신 36주 차였던 A씨는 산부인과 전문병원에서 흉부 영상진단과 심전도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돼 인근 심장전문 병원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심초음파 검사로 심방중격결손에 의한 아이젠멩거 증후군을 진단받은 A씨는 당일 고위험산모치료센터와 폐고혈압센터가 있는 길병원으로 전원됐고 즉시 심장내과에 입원했다.
주치의였던 폐고혈압센터 정욱진 센터장(심장내과)은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출산은 모든 순간에 아주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는데 특히 출산 직후 체내 호르몬과 자율신경계의 급격한 변화는 폐동맥고혈압 환자에게 매우 치명적”이라며 “A씨는 폐혈관수축 때문에 출산 후 임산부들이 일반적으로 투여 받는 옥시토신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우심실 기능 저하로 인한 부정맥에 의한 돌연사가 발생할 수 있어 면밀한 모니터링이 요구됐다”고 말했다.
A씨의 건강한 출산을 위해 산부인과을 비롯해 심장내과, 흉부외과, 마취과 전문의들의 실시간 협진이 필요했다.
제왕절개 집도는 고위험 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 김석영 교수에 의해 최소침습적으로 이뤄졌으며 마취과 이경천, 이미금 교수와 폐고혈압센터 정욱진 교수가 수술장에서 직접 혈역학적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또한 혹시 모를 혈압 저하 및 부정맥 발생 시 체외막산소발생장치(ECMO) 즉시 삽입을 위해 흉부외과 최창휴 교수가 대기하고 있었다.
김 교수팀의 성공적인 수술로 건강한 여아가 태어났고 태아는 대기하고 있던 신생아중환자 전문치료팀에 인계됐다.
척추마취 상태의 A씨는 출산 후 발생할 질환에 대비해 심혈관계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며 이곳에서 부정맥과 혈역학적 모니터링을 받은 A씨는 다행히 특별한 이상이 없어 건강한 모습으로 일반병실로 당일 인계됐다.
정욱진 교수는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임신은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금기시 되고 있고, 임신 초기라면 치료적 유산이 권유된다”며 “A씨는 본인의 질환을 모르는 상태에서 임신이 이뤄졌고, 이후 전체 혈액량 30~50% 정도가 증가하면서 폐동맥에 흐르는 혈액량이 증가해 폐동맥압이 높아져 매우 위험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런 상황에서 출산은 산모와 태아 모두 초고위험 상태이지만, 이번에 폐고혈압센터와 고위험 산모 신생아 통합치료센터, 마취과, 흉부외과 등 유기적인 다학제적 협진을 통해 산모의 건강을 지키고, 성공적인 출산이라는 기적을 이룰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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