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출생신고 의무를 부모가 아닌 의료기관에게 부과토록 하는 출생통보제 도입이 추진 중이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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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르면 출생신고는 부모가 하도록 돼 있지만 자발적으로 등록을 하지 않을 경우 출생 미등록 아이들은 아동 보호체계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인천에서 친모에게 살해된 8살 여자아이와 여수에서 냉장고에 숨겨뒀다 뒤늦게 발각된 생후 2개월 된 아이 모두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이었다.
출생신고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정부는 지난 2019년 의료기관에게 신생아 출생신고 의무를 부여하는 출생통보제 도입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되지 않으며 답보 상태에 놓인 상황이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 역시 올해 초 미진한 출생통보제 추진 상황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후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출생통보제’를 의무화하는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는 대법원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온라인 출생신고제’가 유일한 상황이다.
온라인 출생신고는 일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신생아 출생정보를 제공하면 심평원이 대법원의 가족관계등록 시스템에 이를 전송하는 제도다.
신생아 부모는 대법원 사이트에서 출생신고서를 작성하고 증명서를 첨부하면 병원이 제출한 정보와 대조해 출생신고가 처리되는 구조다.
그동안 출생신고를 위해 평일에 휴가를 내 동사무소를 찾아야 했던 부모들 입장에서는 집에서 온라인을 통해 처리가 가능한 만큼 편리한 제도다.
그러나 의무화가 아닌 자율적 참여이다 보니 제도 활성화는 더딘 모습이다.
2월 현재 ‘온라인 출생신고제’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166곳이다. 제도가 도입된 2018년 18곳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전체 분만 의료기관 비율로 보면 여전히 미약하다.
일선 병원들은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
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아무런 지원도 없을 뿐만 아니라 산모 정보공개 동의서 확보 등 추가적인 행정부담이 큰 만큼 참여 동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치권에서 의료기관 출생신고 의무화법 추진으로 반감이 큰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제대로 된 출산 통계를 산정하겠다는 의도이지만 실효성을 확보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의료기관의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물론 온라인 출생신고제는 의무화가 아닌 자율적 참여 방식이지만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산모 동의서 확보, 전산처리 등 행정업무에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산부인과 원장은 “온라인 출생신고를 위한 시스템 구축 등에 소요되는 비용 지원 등이 전무한 상황에서 참여를 희망하는 병원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대법원은 올해도 어김없이 ‘온라인 출생신고’ 참여 의료기관 확대 계획을 발표하고 일선 병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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