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바이오 산업이 미래 성장동력이 될 '제2 반도체'로 꼽히면서 이커머스와 유통 등 이종(異種) 기업들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LG, SK 등 대기업들이 바이오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면서 인터파크, 현대백화점, CJ 등도 관련 사업 분야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인터파크는 지난 2017년 4월 인터파크바이오융합연구소(이하 IBCC)를 설립해 오가노이드 기반 정밀의료 연구를 진행해왔다. 이후 지난해 7월 IBCC를 분사해 별도의 법인인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를 설립했다.
신설 법인에선 오노가이드(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재조합한 장기유사체) 및 배양 기술, 표적항암제, 항암제 신물질 개발 등을 진행한다.
이 회사는 제약사가 자체 과제를 선정, 보유 기술을 활용해 신약을 개발하는 방식이 아닌 트렌드 분석 및 의료현장의 니즈를 조사해 과제를 고르고 그에 맞는 인력 및 기술을 모아 운영하는 컨버전스 방식으로 진행한다.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 관계자는 "사실 2017년부터 연구소에서 오가노이드 관련 연구를 소규모로 진행해오다가 지난해 스핀오프를 하며 본격적으로 바이오 사업을 진행한다"고 말했다.
매출 40조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한 현대백화점그룹도 바이오 시장에 첫발을 내딛는다. 기존 사업 부문과 시너지를 내면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한 '신수종 사업' 중 하나에 바이오를 포함시킨 것이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작년 8월 SKC로부터 자회사 SK바이오랜드를 인수했다.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SK바이오랜드 사명을 '현대바이오랜드'로 바꿨다.
화장품 및 건강식품 원료, 의료기기, 원료의약품 등을 주로 생산해 온 SK바이오랜드는 수년간 꾸준히 수익을 내왔다. 이번 인수로 현대백화점그룹의 온∙오프라인 유통 역량과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대바이오랜드는 바이오 원료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바이오 원료(항산화, 피부개선)와 바이오 의약품(세포 치료제 등), 메디컬 소재(상처 치료용 소재 등) 개발 및 제조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 2018년 CJ헬스케어를 한국콜마에 매각했던 CJ도 다시 바이오 산업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 부문이 최근 레드(제약·바이오) 사업 경력사원 모집에 나선 것이 신호탄이다.
당초 업계에선 CJ제일제당이 농업·식품 분야인 그린 바이오 중심의 사업을 운영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의료·제약 부문 경력직 채용에 나서면서 제약·바이오 시장 컴백이 가시화됐다.
실제 모집 분야를 △R&D 제약 QA △독성연구 △약리연구 △제약생산관리 △제약분석 △제약사업 개발 △제약 임상 개발 △연구기획 등 모두 연구개발과 관련됐다.
이 같은 대기업들의 바이오 시장 진출에 대해 바이오 업계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관련 투자가 증가하고, 시장 규모 확대로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타 산업과 비교하면 규모가 여전히 영세하다"며 "그러나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들이 증가하면 바이오벤처들이 공동 연구 및 투자금 확보 기회가 늘어나 바이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