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계약 무효 아니다. 일반인 건물주 병원-의원 용어 구분 못할 수 있어'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병원급 의료기관을 개설하기 위해 건물을 임차했지만 알고보니 의원급 개설면적 기준만 충족했더라도 임대차 계약 무효 사유는 되지 않는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건물주가 '병원 개설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어도 비의료인인 그가 관련 법상 병원과 의원을 구분했을거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한의사 A씨가 낸 임대차계약 효력 무효 소송에서 원고 손을 들어준 원심을 최근 파기 환송했다.
2015년 비의료인인 B씨는 이번 사건 건물을 임대한다는 광고를 냈다. 한방병원을 개원할 예정이었던 A씨는 광고를 보고 B씨와 만났다.
건물 2, 3, 4층 총면적 1224m2에 대한 임대차계약 내용을 협의했다. 이어 A씨는 B씨에게 임대차보증금 1억 5천만원, 차임 월 750만원, 임대차기간 60개월 등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해당 건물은 의료법에서 정한 병원급 의료기관 개설기준을 총족하지 모했다.
현행법은 한방병원의 개설기준에 대해 입원환자 3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입원실을 갖추도록 한다. 또 바닥면적 합계가 1000m2 이상인 건축물의 경우 건축선으로부터 해당 건축물까지 3m이상 띄워야 하며 인접대지 경계선으로부터 해당 건축물까지 2m 이상 띄워야 한다.
해당 건물의 경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병원을 개설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B씨와 만나 건물주의 귀책 사유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한다는 의사표시를 했다. 그러나 B씨가 이를 거부하면서 사건은 법정으로 넘어갔다.
2심 재판부는 B씨 과실을 인정해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들은 병원의 의미에 대해 '일정한 시설을 갖추고 병을 진찰, 치료하는 곳"'을 뜻한다는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일상생활이나 거래 관계에서 병원이란 용어를 사용할 때는 이들이 의료 의료법령 등에서 정한 '병원'과 '의원'의 의미, 개설 요건, 방식과 절차, 시설기준 등의 구분과 차이를 바르게 이해하거나 인식해 의료법상 '의원;과 구분되는 의료기관을 지치앟는 용어로서 '병원'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섣불리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의사인 A씨가 임대차계약 체결 전 '병원'을 개설해 사용할 것이라는 점은 알렸지만, 구체적으로 의료법상 의원급 의료기관과는 구분되는 병원급 의료기관으로만 개설 허가를 받을 것이란 점에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도 인정했다.
이 밖에 계약 전에 건축 및 설계도면을 받아본 A씨가 관련 법이나 행정적 규제 및 제한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도 봤다.
대법원은 "계약 사항을 살펴보면 원고가 병원개설 허가를 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병원'을 의료법상 '병원급 의료기관'으로만 이해하거나 인식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며 B씨에 대한 원심의 과실책임판단이 유지되기 어렵다며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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