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수첩] 지난 1998년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당선 이전까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나오는 선거마다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보궐선거 이후 치러진 제16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노 前 대통령은 파격적인 결정을 했다. 종로가 아닌 부산 북강서에 출마를 결심한 것이다. 이후 ‘노사모’라는 팬덤이 생겼고 정치권에는 ‘친노’ 그룹이 탄생했다.
진보 진영만의 현상은 아니다. ‘공과(功過)’는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분명하지만 이승만, 박정희 前 대통령도 많은 이들에게 여전히 지지를 받고 있다.
선거 때마다 영향력을 입증했던 박근혜 前 대통령 측근에는 ‘친박’, 이명박 전 대통령을 따르는 이들에게는 ‘친이’라는 명찰이 붙어 있다.
물론 정치권에 비견할 바는 아니지만 의료계에는 애석하게도 존중 받는 리더가 부재하다.
제41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선거가 한창인 가운데 후보자들은 하나 같이 최대집 現 회장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몇몇 후보들은 최 회장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이필수 후보(3번)·김동석 후보(6번) 등은 최 회장의 정치권 진출 의지에 대해 “의협회장직을 정치적 징검다리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대집 회장이 이끌고 마무리 지은 지난해 의료계 총파업에 대해서는 임현택 후보(1번)·유태욱 후보(2번)·박홍준 후보(4번)·이동욱 후보(5번) 등 모든 후보가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석 후보 말을 빌리면 “지난 집행부에서 부회장을 맡은 후보 3인이 의협회장에 출마한 참담한 현실”인데 최대집 집행부 출신 후보들도 회장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문제는 ‘존경’은 고사하고 ‘존중’조차 받지 못하면서 ‘회무 연속성’은 담보할 수 없게 됐고, 각 후보마다 ‘최대집 때리기’에 열중하다보니 ‘회원들의 선택권’은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실제 데일리메디가 지난 2월 23일부터 3월 1일까지 실시한 긴급현안조사에서 의정협의체를 이끌어야 할 ‘범의료계투쟁특별위원회(범투위)를 유지하겠다’고 공언한 후보는 임현택 후보와 이필수 후보 2명에 불과했다.
유태욱·박홍준 후보 등은 조건부 해산 뜻을 내비쳤고, 이동욱·김동석 후보는 새로운 논의체를 제안했다. 최대집 회장 및 집행부의 공과는 논외로 친다 하더라도 회무 연속성이라는 차원에서는 씁쓸한 현실이다.
대다수 후보들이 현 집행부 때리기에 열중하다보니 유권자의 선택지는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최근 정치권 진출을 공언하면서 동네북이 된 최대집 회장이지만 5만6368명(제41대 의협 회장 선거 유권자) 중 그를 지지한 이들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후보자들의 고민처럼 다양한 직역이 한데 묶여 있는 의협의 수장 자리가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하지만 제40대 의협회장을 넘어 제41대 회장을 뽑는 이 순간까지 전임 회장을 받들려는 소위 정치권의 ‘친노’, ‘친문’, ‘친박’, ‘친이’ 후보들이 없다는 사실은 씁쓸하기만 하다.
존경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회원들의 존중이라도 받을 수 있는 의협회장이 선출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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