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각 병원 응급실들이 백신접종 후 이상 반응을 호소하며 몰려드는 환자들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기존에도 응급실을 찾는 코로나19 의심 환자 대처로 어려움을 겪던 와중에 이런 환자들까지 늘어나면서 정상적인 진료가 어려운 지경에 이른 것이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백신 접종 후 여러 이상반응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경미한 이상 반응에도 응급실로 향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지방소재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SNS에 “백신 접종이 위험하다고 언론부터 인플루언서까지 온통 무책임하게 떠드는 통에 전국 응급실들 허리가 휘어질 지경”이라며 “낮에 예방접종 맞은 환자들이 밤마다 부작용을 호소하며 응급실로 밀려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예년 접종 같으면 굳이 신경 쓰지도 않았던 별 것 아닌 증상까지 온통 응급실을 찾고 있다”며 “코로나19 의심환자들 처리만으로도 힘들어 죽을 지경인데 이런 이들까지 몰려들게 하면 어쩌라는 것이냐”고 하소연했다.
한 빅5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도 "주변 요양병원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밤에 이상 반응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진들 입장에서는 백신 접종 이후 열이 난다며 응급실을 방문하는 환자들이 가장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열은 코로나19 의심 증상이기도 하다보니 무턱대고 진료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백신 접종 시작 전에도 일부 응급실에서 코로나19 의심 증상 환자를 받지 못해 환자가 이곳 저곳 전원되는 경우들이 적잖았다.
격리 공간 확보 역시 문제다. 현재 응급실 지침상 열이 나는 환자들은 먼저 격리실에 수용해 코로나19 검사를 해야 하지만 접종이 시작되면서 이런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또 다른 종합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발열과 근육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하룻밤에 3~4명씩 응급실을 찾는다"며 "이미 격리실은 코로나19 검사 결과 기다리는 발열환자로 가득 차 평소라면 돌려보냈겠지만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일 가능성이 커 호흡기 증상이 없다면 B 구역에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허탁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접종자의 20%에서 발열이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며 “우리나라에서 하루에 많게는 20만명까지 접종을 하게 될텐데 그러면 발열을 호소하는 사람이 4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그 많은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으면 어떻게 다 격리가 가능하겠느냐”며 “학회 차원에서도 현재 각 수련병원들의 현황을 파악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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