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최근
93세를 일기로 영면
(永眠)한 서울대학교병원 내과 민헌기 교수를 향한 제자들의 애틋한 사사곡
(思師曲)이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
의료계 특유의 문화였던 두터운 사제(師弟) 관계가 요원해진 요즘 옛스승을 그리는 제자들의 목소리인 만큼 적잖은 의미로 다가온다는 평가다.
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동문회 제자들은 최근 ‘학문의 즐거움과 그 실천은 끝이 없다’는 제하의 추모사를 통해 故 민헌기 박사를 기렸다.
제자들은 “갑작스러운 비보에 비탄에 잠겨 선생님을 차마 보내드리지 못하고 호곡(號哭)한다”며 “학문과 인술의 소명을 완수하고 떠난 선생님을 또렷하게 기억한다”고 서문을 열었다.
특히 ‘자기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나만을 위함 보다 남을 위해 일하는 게 더 가치 있다고 가르치는 게 진정한 교육’이라던 옛스승의 가르침을 상기했다.
이들은 “학문의 즐거움과 그 실천은 끝이 없다던 선생님의 말씀이 귀에 쟁쟁하다”며 “참된 진리를 명징하게 일깨워준 스승을 더 이상 뵐 수 없어 슬프고 허전하다”고 비통해 했다.
실제 민헌기 박사는 평소 제자들에게 “의사가 환자를 대할 때 명심할 것은 그를 하나의 증례로만 생각하지 말고, 고통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한 인간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일렀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전형적 인간관계이며, 이것 없이는 의학도 의술도 성립되지 않는다는 지론이었다.
뿐만 아니라 진료실에 늘 최신 의학서적을 준비해 가장 적절한 진단과 치료법을 확인, 또 확인하던 스승의 모습은 제자들에게 참되고 선한 인술을 무엇인지 일깨워줬다.
특히 자신만의 행복은 결코 온전한 행복이 될 수 없으며, 주변 사람들이 다 함께 행복해야 진정한 행복임을 누차 강조했다.
제자들은 그러한 옛스승을 ‘화려한 겉치장이 아니라 안으로 영글어 익어가는 진실한 고갱이를 아껴주던 선생님’으로 기억했다.
이어 “선생님이 행하고 남긴 뜻을 잊지 않고, 더 열심히 학문에 몰두할 것”이라며 “더 선하게 의술을 베풀고 더 신실하게 그리고 더 끈기 있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박정희 前 대통령 주치의였던 민헌기 박사는 1928년 서울에서 태어나 1951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63년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의대 전임강사와 조교수, 부교수 등으로 재직하던 1970년 박정희 前 대통령 주치의로 임명됐다.
그는 1974년 육영수 여사가 총에 맞아 쓰러졌을 때 수술을 총지휘했으며, 1979년 박 전 대통령의 시신을 수습하기도 했다.
특히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장, 대한당뇨병학회장, 대한내분비학회장, 대한내과학회장, 국제당뇨병연맹 서태평양지구 회장 등을 역임하며 국내 내분비학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