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의학용어 표준 마련 및 준수 의무화 등의 법안 개정을 두고 의료계가 반대 입장을 명확히 천명한 가운데 정부가 해당 업무의 수탁기관을 지정했다.
특히 의료계에선 보건당국이 마련할 의학용어 표준이 급변하는 의료환경 추세를 반영하지 못할 여지가 많은데다 전문성을 침해할 제재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큰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시행령’ 제42조 제1항에 따라 의학용어와 진료기록부 등의 서식 및 세부내용에 관한 표준마련 업무의 수탁기관 및 위탁내용을 고시한다고 9일 밝혔다.
고시에서 복지부는 의학용어와 진료기록부 등의 서식 및 세부내용에 관한 표준 마련 업무를 (재)한국보건의료정보원에 위탁토록 했다.
수탁에 따라 보건의료정보원은 의학용어와 진료기록부 등의 서식 및 세부내용에 관한 표준 마련, 보급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또 보건의료정보표준 관리시스템 운영과 관리를 맡는다.
이 외에 의학용어와 진료기록부 등의 서식 표준 관련 인력 양성, 교육프로그램의 개발 및 보급과 그 밖에 보건복지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을 수행한다.
현행법은 복지부장관이 진료기록부 등에 기록하는 질병명·검사명·약제명 등 의학용어 표준을 마련해 고시하고,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준수토록 권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에선 의료인이 진료기록부 등을 작성하는 경우 보건복지부장관이 고시하는 의학용어 등에 관한 표준을 준수토록 의무를 부과했다.
진단서 부본 처방전 등의 보존기간을 10년으로 법률에 명시하는 동시에 환자가 진료기록 열람을 요청하면 즉시 응하도록 했다.
의료계는 해당 법안에 대한 유관학회 의견을 종합한 결과 ‘반대’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현재 대한의사협회는 산하 위원회를 구성, 의학용어 사용에 있어 학계 의견을 수렴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표준화 및 의학 발전과 함께 국제사회 통용 용어를 국내 의학교육 현실에 맞게 제‧개정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의학용어 등을 표준화하는데 있어 우리나라만의 해석상 문제를 넘어 세계적인 용어 변화 추세에 따라 표준화를 위한 학계 논의 및 검토 작업을 심도있게 진행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의협은 국내 의학교육 현실에 맞게 용어의 정합성 및 활용성을 함께 고려한 논의가 선행될 것을 주문했다. 급변하는 의학발전 속에서 단순히 고시로 의학용어 사용을 강제화한다면 의료기술 발전 및 세계적인 의학교육 추세를 반영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감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용어 표준화에 대한 이해 없이 의료인 제재 수단으로 변질시키고 의학적인 전문성에 심대한 제약을 가하는 결과가 초래될 법안 개정에는 반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