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한동안 입지가 좁았던 제약사 홍보맨들이 연이어 회사 최고위급인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약진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소통 및 위기관리 능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으로 보이며 차기 CEO 반열에 오르면서 후배 홍보인들의 기대감 역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들의 부사장 동시 승진은 국내 상장 제약사 및 중견 제약사 홍보 임원들 역할 증대 및 전반적인 제약바이오 홍보 기능의 중요성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국내 제약사 '매출 1조 클럽' 멤버인 유한양행, 광동제약, GC녹십자가 홍보 및 대외협력 업무 담당 전무를 부사장으로 발탁하는 주요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유한양행은 지난 3월 19일 개최한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병만 전무(64세,
사진 左)를 부사장(약품사업본부장)으로 승진 발령했다. 그는 전문적인 홍보맨은 아니지만 그동안 유한양행에서 영업기획과 홍보를 담당해왔다.
이병만 부사장은 홍익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1986년 12월 유한양행에 입사했다. 이후 상무(2015년), 전무(2018년)를 거쳐 이번 인사에서 영업을 총괄하면서 홍보 등을 관장하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광동제약도 지난해 12월 CR실 박상영 전무(59세,
사진 中)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는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그는 작년 3월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박 부사장은 서울경제신문 언론인 출신으로, 수도약품 부사장과 우리들씨앤알 대표이사를 거쳐 지난 2011년 3월 광동제약 상무이사로 영입됐다. 2015년 전무로 승진한 뒤 작년 12월 고위직에 올랐다.
장평주 GC녹십자홀딩스 전무(58세,
사진 右)는 올해 1월 GC녹십자그룹 대외협력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로써 그는 2018년 정년 퇴임한 정수현 부사장 이후 홍보맨이 부사장급 고위직에 오르는 계보를 잇게 됐다.
한양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장 부사장은 한미약품 출신 대외협력 및 대관 전문가로, 지난 2010년 GC녹십자로 자리를 옮긴 후 대관업무에서 홍보로 업무를 확장, 커뮤니케이션실장과 녹십자 EA실장 등을 역임했다.
업계 관계자는 "보수적인 제약업계 특성상 홍보맨이 CEO 전(前) 단계인 부사장급 고위 임원 반열에 오르는 일은 매우 드물다"며 "JW홀딩스 박구서 사장과 녹십자홀딩스 정수현 부사장 등이 주요 인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제약·바이오산업이 계속 성장하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주주, 투자자 등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커뮤니케이션 및 언론 대응, 위기관리 등이 중요해지면서 홍보파트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며 "이에 한동안 인사가 잠잠했던 홍보맨의 고위직 임원 승진이 부활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견제약사, 이사 직급 신설 등 새 인물 영입 '홍보 강화'
제약사 최고위직에 오른 홍보인들을 롤모델로 삼으며 제약 홍보 전문가로서 역할을 확대하는 차세대 홍보맨들의 활약도 두드러지고 있다.
휴젤의 유병희 이사(53세)는 제약 홍보 전문가로 꼽힌다. 건일제약과 동화약품 홍보팀장, 알보젠코리아 이사 등을 역임했던 그는 국내외 보톨리눔 톡신 시장에서 1위를 굳혀가는 휴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대외 홍보 및 대관 업무 전문가를 찾던 휴젤은 업계에 잔뼈가 굵은 유 이사를 홍보이사로 영입하고, 홍보팀을 홍보실로 확대 개편했다.
그동안 이사 직급이 없었던 삼진제약과 제일약품도 사내외 홍보 역량 강화를 위해 직제를 새로 신설했다. 제일약품 진성환 부장(53세)은 오는 4월 5일부터 삼진제약 홍보이사로 새 출발한다. 그는 20년 넘게 홍보 및 대관 업무를 담당해 온 '베테랑'이다.
삼진제약은 오랫동안 홍보 및 대외협력 업무를 담당할 홍보 전문가를 물색해왔던 끝에 진 이사를 적임자로 낙점했다. 제품 모델의 '학폭 논란' 등으로 곤혹을 치르면서 위기관리 필요성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진 부장 이동과 함께 제일약품은 GC녹십자의 박재현 부장(51세)을 홍보이사로 발탁했다. 올해로 업력 19년차인 그도 홍보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제일약품도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면서 소통 및 위기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변화를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11월 대웅제약 입사 후 3년도 안 돼 상무로 승진한 김성중 홍보실장(상무, 47세)도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 등에서 언론 홍보와 사내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담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웅제약에서 홍보 관련 업무 혁신을 주도하면서 팀장에서 실장으로 승진했고, 홍보팀 역시 홍보실로 승격됐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 홍보인들의 임원 승진은 40대 부장급들에게 지향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관심 및 주목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이들의 역할과 위상 역시 중요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