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학생도 아니고, 의사도 아니다 보니 별도로 이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단체가 없다. 지난해 있었던 투쟁 결과인 만큼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
김기덕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전 부회장은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에 떨어진 의대생 문제와 관련해 이 같이 말했다.
지난해 단체행동에 참여하며 국시를 거부했던 의대생들. 정확히 이제는 의대를 졸업한 졸업생 60여 명이 모두가 떠난 전장 뒤에 덩그러이 남겨졌다.
정부가 1월 국시 실기시험 응시자들은 올해 9월 시험에 응시할 수 없도록 하면서 1월 시험 불합격자 66명은 속절없이 내년 9월 실기시험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2일 데일리메디 취재결과, 이들 중 30여명 가량은 1월 응시자에게 올해 9월 응시를 불가능케 한 정부의 조치가 부당하는 것 등을 근거로 ‘행정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이제는 ‘졸업생’이 된 의대생들이 의료계 선배들에게 행정적‧재정적 도움을 청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시험에 떨어지고 뒤에 남겨진 66명 모두 지난해 여름 정부의 일방적 정책 추진을 막아보겠다며 가장 먼저 거리로 나온 수 많은 의대생들 가운데 한 명이었다.
당정이 쉽게 물러서지 않자 의대생들은 동맹 휴학을 하고 국시를 거부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국시거부를 독려하며 등을 떠밀던 의료계 어른들도 있었고, 대한의사협회 고위 관계자들은 국시 접수 취소에 따른 의대생들의 응시료 피해를 보전해주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4일 최대집 회장이 당정과 합의하면서 의대생들은 말 그대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돼버렸다. 의협은 회비 부족 등을 이유로 응시료 피해 보전 약속도 이행하기 힘들다고 말을 바꿨다.
12월말 우여곡절 끝에 국시 거부 의대생들의 실기시험 재응시 길이 열렸다. 하지만 시험에 불합격하며 뒤에 남겨진 66명은 어느새 의료계 선배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졌다.
“연락 받아준 건 이필수 당선자‧권성택 전의교협 회장 뿐”
최근 임기를 마친 김기덕 의대협 전 부회장은 책임감에 지금까지도 올해 국시 응시 탈락자들을 도울 방법을 찾고 있다. 현재 의대협은 차기 집행부를 이끌 후보가 나오지 않아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작 김 부회장 본인은 필기시험 전후로도 의대협 부회장으로서 정부와 실기시험 일정 조율에 매진하느라 국시 필기시험 응시를 일찌감치 포기했다.
그는 “3월20일 전후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고 2주가량 지났지만 전날까지도 아무 답변이 없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여러 곳에 연락을 했지만 연락을 받아준 건 이필수 의협 회장 당선자와 권성택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 뿐이었다”고 덧붙였다.
이필수 회장 당선자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며 공식적으로 임기가 시작되는 5월을 전후로 다시 연락을 달라고 했고, 권성택 회장도 자초지종을 전해듣고 도움을 줄 방법을 물색하고 나선 상황이다.
김 전 부회장은 “성인이 본인이 한 선택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는 시선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학생들의 투쟁 과정에서 여러 의료계 어른들의 말 역시 영향을 미친 요인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들은 시험에 떨어져서 마음 고생하고 도움을 못 받고 있는 것으로 충분히 책임을 지고 있는 중이라 생각한다”며 재차 의료계 선배들의 도움을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