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기획 1] 지난해 대한민국은 사망자가 출생자수를 앞지르면서 사상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데드크로스에 진입했다.
행정안전부는 2020년 12월 31일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는 5182만9023명으로, 2019년 5184만9861명 대비 2만838명이 줄어들어 사상 처음으로 인구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출생자는 역대 최저치인 27만5815명을, 사망자(말소자)는 30만7764명을 기록해 인구는 3만3000명 자연 감소했다.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제외한 인구 자연증가는 2010년까지만 해도 20만명을 넘겼으나 2017년 7만2000명으로 처음 10만명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2018년 2만8000명, 2019년 8000명 등으로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인구 데드크로스는 출생아 수의 꾸준한 감소에 따른 결과로 지난해 연간 출생자 수는 전년 대비 10% 감소해 처음으로 30만명 이하로 내려갔다.
2002년부터 2016년까지 15년간 40만명대를 유지하던 출생아 수는 2017년 30만명대로 떨어진 후 불과 3년 만에 20만명대로 진입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 출산율은 0.84로 전년(0.92)보다 0.08명 감소했다.
2018년(0.98명), 2019년(0.92명)에 이어 3년 연속으로 1명 미만을 기록한 것인데 이는 여성이 가임기간 동안 아이를 1명도 낳지 않는다는 의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곳은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인구 1000명 당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조(粗)출생률 또한 5.3명으로 전년보다 0.6명 줄었다.
시도별로 보면 전국 8개 특·광역시와 9개 도 모두 합계출산율이 전년보다 감소했다. 서울은 0.64명으로 모든 시도를 통틀어 가장 낮았다.
반면 사망자 수는 30만5100명으로 전년보다 1만명(3.4%) 늘면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다치를 기록했다.
인구 1000명당 사망자 수인 조사망률은 5.9명으로 지난 2010년부터 11년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저출산 가속화에 코로나19까지 ‘인구 절벽’ 심화 예상
저출산·고령화 기조가 가속하는 가운데 코로나19의 영향을 고려하면 ‘인구 절벽’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역대 최저치 출산율인 0.84명에 코로나19의 영향이 반영돼 있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내년도 출산율은 더 큰 폭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자가격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베이비 붐'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실제 출산율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보도에 따르면 미국 28개 주들에서 팬데믹이 선포된 뒤 9개월째인 지난해 12월 태어난 아이 수가 재작년 동기보다 7.2% 감소했는데, 매년 출산통계를 발표하는 31개 주 중 30개 주에서는 출생자 수가 재작년보다 약 9만5000명 줄어들었다.
국내 상황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통계에 따르면 올해 1·2월 전국 등록 출생아 수는 4만3289명인데, 1년 전인 지난해 1·2월 대비 신생아 수가 9.3% 줄어들면서 역대 최저치를 또 다시 갈아치웠다.
지난 10년간 평균 출생아 감소율(5.9%)의 1.6배에 달하는 규모로 10년 전인 2011년 1·2월(8만1461명)에 비해서는 53.1% 수준까지 떨어졌다.
정부는 지난 2017년 이후 4년간 저출산 대책에 128조원, 연평균 32조원을 사용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6조원 늘어난 46조원을 저출산 대책 예산으로 마련했지만 출산율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국내에 처음 상륙한 후 약 1년이 지났다는 점을 고려하면 저출산 현상은 올 하반기로 갈수록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로 혼인이 많이 감소해 향후 출생아 수가 더욱 감소할 여지가 있고, 사망자 수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자연감소는 조금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의사도 “지난해 역대 최저치 출산율을 기록했지만 이는 코로나19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악화나 실업 등 전반적인 사회 영향을 고려하면 올해 출산율은 25만명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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