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한방 침 치료가 지주막하 출혈 후 뇌혈관 연축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뇌혈관 연축은 뇌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액 공급이 감소, 뇌세포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심각한 합병증이다. 심하면 사망이나 신경학적 장애의 주된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예방할 수 있는 별다른 치료법이 없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은 한방내과 박성욱 교수팀이 신경외과와 공동연구를 통해 이 같은 효과를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박성욱 교수팀은 신경외과와 공동으로 지주막하 출혈 후 뇌혈관 연축에 대한 침 치료의 예방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대상은 혈관 조영술을 통해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지주막하 출혈로 확인된 환자 중 △발병 이후 96시간 이내이며, △결찰술(Clipping)이나 코일을 이용한 동맥류 폐색술(GDC coilization)을 시행한 환자다.
외상이나 감염 등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지주막하출혈이 아닌 환자, 초기 사망률이 높은 환자(Hunt and Hess Scale 5 이상), 중증의 내과질환자, 침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환자, 심박동기를 삽입한 환자는 대상에서 제외해서 최종적으로 시험군 22명과 대조군 24명이 연구를 마쳤다.
주 6회 2주간 침 치료 통해 후유증 감소 효과 확인
연구팀은 시험 대상자들을 침 치료와 전기 침 치료, 피내침 치료를 받는 시험군과 가짜 전기자극과 가짜 피내침 치료를 받는 대조군으로 무작위 배정, 수술 직후부터 일주일에 6회, 2주 동안 치료를 시행했다.
두 군 모두 신경외과 표준 치료는 동일하게 유지했다. 예방 효과는 일차적으로 지연 허혈성 신경학적 결손(Delayed ischemic neurologic deficit, DIND) 발생률의 두 군간 차이를 비교했다.
이차적으로는 혈관 조영술적 혈관 연축(angiographic vasospasm) 발생률, 뇌혈관 연축으로 인한 뇌경색 발생률, 기능장애 정도(modified Rankin Scale), 사망률을 평가했다.
연구결과, 침 치료를 받은 시험군에서 지연 허혈성 신경학적 결손, 혈관조영술적 혈관 연축 지연 허혈성 신경학적 결손이 적게 나타났으며, 기능 회복도 더 양호했다. 허혈성 신경학적 결손은 침치료군에서 9.1%, 대조군에서 20.8%로 침 치료를 받은 환자군에서 적게 발생했다.
지주막하출혈 후 침 치료 효과 확인 첫 연구결과
혈관조영술적 혈관 연축도 시험군 9.1%, 대조군 25.0%로 침 치료를 받은 환자군에서 적게 발생했다. 혈관 연축으로 인한 뇌경색도 시험군 4.5%, 대조군 16.7%로 침 치료를 받은 환자군에서 적게 발생했다.
기능장애 정도 평가에서는 치료 종료 직후 시험군이 대조군보다 기능회복이 양호한 환자 비율이 더 높았으며, 종료 2주 후 다시 시행한 평가에서는 시험군과 대조군의 기능회복 차이가 더 커, 시험군에서 침 치료 효과가 지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성욱 교수는 "침 치료 후 혈관내피세포 유래 산화질소의 활성이 증가하고, 혈관수축물질인 엔도텔린-1의 활성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를 통해 침 치료가 뇌혈관 연축 예방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성욱 교수는 “이번 연구는 침 치료가 지주막하출혈 후 뇌혈관 연축을 예방할 가능성이 있는 치료법임을 확인한 세계 최초의 임상연구”라면서 “뇌출혈 환자에서 기본적인 신경외과적 치료와 함께 한방 침 치료를 시행해 합병증은 줄이고 회복 속도를 높이면서 환자와 보호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논문은 국제전문학술지 Journal of Alternative and Complementary Medicine에 2020년 12월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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