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전국 장례식장이 1000개가 훌쩍 넘은지 오래고, 빈소 역시 5000개 이상이다. 1일 평균 사망자가 3일간 장례식장을 이용할 경우 필요한 빈소 보다 약 2배 이상 과잉공급된 상태다.
이러한 장례식장 빈소 과잉공급은 장례식장 영업이 자유화된 1998년 이후 심화됐다. 2003년 3113개였던 빈소는 2015년 4900개로 157% 증가했다.
대학병원들 역시 앞다퉈 장례식장 사업에 뛰어 들었다. 사실 대학병원들의 장례식장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병원들은 영안실만 운영했을 뿐 장례식장까지 갖춘 곳은 극히 드물었다. 장의차가 드나들면 나머지 환자와 보호자들이 격렬하게 항의한 탓이었다.
하지만 장례문화가 바뀌고 장례식장의 수익성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병원들은 물론 개인 사업자들도 장례식장 사업에 뛰어들었다.
14개 국립대병원이 직영하거나 위탁으로 운영하는 장례식장의 순수익은 2010∼2014년 5년간 880억원에 달했다. 평균 이익률 역시 매년 기록을 갱신하며 고공행진했다.
경영난에 허덕이던 병원에 현금다발을 안겨주는 장례식장에 병원들은 사활을 걸었다. 외부 장례업자에게 위탁 경영하던 장례식장을 잇따라 직영으로 바꾸는 것도 이런 시류를 반영했다.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시설투자도 유행처럼 번졌다. 웬만한 대형병원들은 건물 신·증축 등을 통해 장례식장 경쟁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VIP를 위한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영업전략으로 660㎡ 이상 되는 초호화 분향소까지 등
장하기에 이르렀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사람을 살리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병원이 죽은 사람 뒤처리에 더 관심을 쏟는 기현상이 벌어졌다”고 개탄했다.
상조회사 등장, 내리막 시작
하지만 병원들의 장례식장 호사는 오래가지 못했다. 상조회사 등장은 병원 장례식장 사업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왔다.
장례식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상조회사와 나눠갖는 구조로 변화하면서 장례식장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상조회사 소속 장례지도사 출입을 막거나 장례 행사를 방해하기도 했다.
밥그릇 싸움이 심해지면서 시신인수 거부 같은 패륜적인 일마저 벌어졌다. 한 장례식장 직원이 상조회사에 향과 초, 알코올, 솜 등 장례 물품 구입을 강요하면서 사건이 일어났다.
상조회사는 자신들의 물품을 사용하겠다며 장례식장 물품 구입을 거부하자 장례식장은 고인을 인도해주지 않겠다고 맞섰다.
장례에 사용되는 꽃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경우도 있었다. 장례식장이 외부 꽃 반입을 금지하며 상조에 가입한 유족은 별도의 꽃값을 지불해야 했다.
장례식장의 이런 영업행위는 관, 수의, 유족 의복 등 장례물품 판매와 행사 진행을 도맡아했던 것과 달리 상조회사의 시장 진입으로 매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장례식장은 유족에게 관 덮개, 향·초 등 장례용품과 꽃 구입을 강매하게 됐고, 상조회사는 추가적인 비용을 유족에게 전가하는 악순환이 벌어졌다.
최근에는 상조회사와 장례식장의 반목이 봉합된 듯 보이지만 상대가 불편한 상황은 여전하다는 게 지배적인 분위기다.
여기에 최근 간소화 되고 있는 장례문화 역시 장례식장에 대한 병원들의 기대치를 감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간소한 장례문화에 조문객이 감소하면서 음식 소비가 크게 줄었고, 이는 식당과 매점 등 장례식장의 주요한 수익원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 장례식장 운영 담당자는 “장례문화가 변하면서 조문만 하고 가는 경우가 많고, 가족과 친지만 참석해 조촐하게 치르려는 문화가 점차 확산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