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현행 대장내시경 시술 비용이 의료현장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낮은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대장내시경을 실시하는 의료기관들은 고가 장비나 재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데, 현재의 상대가치수가 책정 방식은 이 같은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홍섭 부산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사진]는 16일 용산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리고 온라인 중계된 ‘제 4차 대한장연구학회 국제학술대회(IMKASID)’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현재 대장내시경 비용을 산정하기 위해 심평원이 조사한 장비비용은 약 5천만원 정도다. 내시경 장비의 최소평균값 1700만원과 최대평균값 9200만원의 중간값이다.
이에 이 교수는 “최근 개원가를 보면 3억원짜리 기기를 들여놓는 곳들도 있다”며 “1700만원짜리 기기와 3억원의 기기가 서로 같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재료비도 예를 들어 거즈는 최소가격이 930원이고 최대가격은 19000원”이라며 "의료기관별로 사용하는 제품의 가격 차이가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장내시경의 경우 일선에서 사용되는 장비 및 재료비가 의료기관별로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지금처럼 중간값을 반영하는 방식은 다소 비합리적이란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현행 방식은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더 값싼 장비, 더 값싼 재료’를 사용하게 할 우려가 제기된다”며 "보다 현실적인 산정방식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생각보다 의료사고 많은 점 고려해 수가 책정 과정시 의사 스트레스 객관적 반영 검토 필요"
그는 또 "수가를 책정하는 과정에서 반영되는 ‘의사 스트레스 정도’를 보다 객관적으로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대장내시경은 내과 전문의 이상 과정을 마친 주시술자가 30분 동안 진행해야 한다. 이밖에 천공 등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가 많아 높은 수준의 케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개인적으론 대장내시경에 책정된 스트레스 점수가 낮다고 생각 한다”며 “물론 수술보다 스트레스가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실제 대장내시경과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가 소송으로 번진 사례가 많은 등 스트레스가 낮은 행위인 것은 또 아니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현재 학회는 대장내시경 수가를 올리기 위해 다양한 항목의 발생비용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학회의 노력이 더욱 힘을 받기 위해선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보통 학회에선 상대적으로 보험에 대한 관심이 낮은데,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돈 문제’가 중요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우리 학회는 특히 보험 전문가 교수들이 다른 학회에 비해서도 적은 모습”이라며 “더욱 많은 회원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열린 IMKASD에선 염증성장질환 치료 최신 가이드라인과 대장종양성 질환 진단 및 치료, 소장영양 질환에 대한 강의 등이 진행됐다.
아울러 염증성 장질환과 장종양의 국제심포지엄(일본 JSIBD, 대만 GEST), 대한면역학회와의 심포지엄을 통해 기초 연구와 임상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