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지속되는 간호사 구인난 속에 지원자를 잡기 위한 병원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특히 최근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사회 초년생인 신입 간호사들의 주거환경이 퍽퍽해지면서 기숙사를 제공하는 병원들에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타지역 간호사들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운영하던 병원 기숙사에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새다. 실제 간호계 커뮤니티에서는 병원들의 기숙사 제공 정보를 공유하는 등 기숙사를 운영하는 병원들의 인기가 급상승 중이다. 병원들의 구인난과 직원들의 전세난, 월세난이 빚어내고 있는 ‘기숙사’ 진풍경을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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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신 몸’ 간호사 모시기 경쟁
간호사 확보를 위한 병원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최근 부산의 한 종합병원은 9만원 수준이던 야간수당을 13만원까지 대폭 인상했다.
이번 수당 인상에 따라 이 병원 1년차 간호사가 매달 7회 야간근무를 할 경우 현재 연봉 3200만원에서 3600만원으로 대폭 올라간다. 연봉이 12.5%나 오르게 되는 셈이다.
이 병원이 파격적인 간호사 임금인상을 결정한 이유는 극심한 간호인력난에 기인한다.
그동안 △복수 주임간호사제 도입 △주사, 처치 전담 간호사제 도입 등 병동근무 간호사들의 보조업무를 최소화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본인 진료비 전액 무료 △별도 인센티브 지급 △직원 전용 헬스센터 이용 △야식비 지원 등의 당근책 역시 귀하신 간호사의 마음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 종합병원 원장은 “간호사 모집을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으나, 무조건 ‘서울’을 고집하는 젊은이들을 붙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실제 신규 간호사의 이직률은 2014년 29.0%에서 2020년 42.5%로 수직상승했고, 이는 지방으로 갈수록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병원 간호사들의 경우 3교대 근무에 따른 부담이 이직 및 사직률의 주요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수도권 대형병원 선호현상까지 겹치면서 지방병원들은 늘 간호사 기근현상을 겪고 있다.
특히 간호등급제에 이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로 간호사 수요가 크게 늘면서 병원계에서 간호사는 ‘귀하신 몸’이 된지 오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선 병원들은 간호사를 붙잡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기숙사에 각별히 공을 들이는 모습이 역력하다.
예전에는 다른 병원과의 차별화된 복지 쯤으로 여겨지던 간호사 기숙사는 최근들어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아가는 분위기다.
지방 중소병원들은 물론 수도권 소재 대학병원들 역시 지방 간호사 유인책으로 기숙사를 제공하는 행보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추세다.
한 대학병원 기획조정실장은 “기숙사는 이제 간호사 채용에 있어 필수항목이 되고 있다”며 “신규이면서 미혼 간호사로 신청자격을 제한하고 있지만 경쟁률은 치열하다”고 말했다.
수도권 상급종병도 기숙사 공세
실제 데일리메디가 전국 상급종합병원들의 기숙사 운영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곳 넘는 병원들이 간호사를 위한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입소대상이 간호사에 국한되지 않고 전공의, 약사 등으로 다양한 병원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간호사를 위한 기숙사 운영이 주를 이뤘다.
수용인원 기준으로 보면 1921명에게 기숙사를 제공하는 서울아산병원이 절대적이었다. 서울아산병원은 간호사는 물론 전직원을 대상으로 기숙사를 운영 중이며 인턴은 무료로 제공한다.
울산대학교병원 역시 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668명 규모의 기숙사를 운영 중이며 분당서울대병원은 의사, 간호사, 약사 등 409명이 기숙사를 이용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320명), 삼성서울병원(250명), 경상대학교병원(200명), 서울대학교병원(156명), 부산대학교병원(150명), 충남대학교병원(140명), 길병원(130명) 등도 세자릿수 인원을 수용 중이다.
간호사만을 위한 기숙사를 운영하는 곳도 적잖았다. 강북삼성병원(28명), 경희대학교병원(28명), 서울성모병원(50명), 인천성모병원(90명), 인하대학교병원(30명)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대부분의 병원들이 관리비 개념의 일부 자부담 형태로 운영 중인것과 대조적으로 인하대학교병원 1년 동안 무료로 기숙사를 이용토록 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지방 보다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들의 기숙사 운영 비율이 높다는 부분이다.
실제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 중 고대의료원(안암, 구로, 안산), 중앙대병원, 아주대병원, 순천향대부천병원을 제외한 모든 병원들이 기숙사를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지방 상급종합병원 중에는 기숙사가 없는 병원들이 태반이었다.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영남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등 대구경북 지역 병원들 대부분이 기숙사를 운영하지 않았다.
전북대병원, 전남대병원, 조선대병원 등 호남권은 물론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등도 기숙사가 없었다.
“우리 병원도 기숙사 있어요!”
일선 간호사를 붙잡기 위한 기숙사 경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방병원들은 간호사들의 수도권 이탈을 막고, 수도권 병원들은 채용 인원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기숙사에 투자하고 있다.
건양대학교병원은 대지 17만2471㎡에 350실 규모의 기숙사를 조만간 오픈한다.
병원은 교대근무 간호사를 비롯한 신입직원의 애로사항이었던 숙소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교직원 근무 만족도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신축 기숙사는 병원에서 직접 관리해 안전과 편의성을 증대시킬 예정으로, 타지에서 건양대병원에 취업한 자녀를 둔 부모의 걱정을 한시름 덜어줄 전망이다.
성빈센트병원 역시 5103㎡ 부지에 간호사 기숙사와 어린이집을 건립했다. 어린이집은 지상 1~2층, 간호사 기숙사는 3~9층에 배치됐다.
간호사 기숙사는 우수 인력 확보와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것으로, 약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됐다.
포항세명기독병원은 지난 2018년 간호사 기숙사인 '감람나무1'을 준공해 운영에 들어갔다. 129실 규모의 기숙사는 지상 6층 연면적 2548.79㎡(약 771평) 규모다.
개인 생활 보장을 위해 1인 1실 시스템으로 운영되며 각 실에는 옷장과 침대, 개별냉장고, 샤워실, 책상, 에어컨 등의 최신 시설을 갖추고 있다.
검단탑병원 역시 지난 2019년 총 49명을 수용하는 레지던스형 기숙사를 개소했다. 각 실에는 침대, 옷장, 냉장고, 에어컨 등이 설치됐다.
여기에 상급종합병원들의 투자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노후화된 간호사 기숙사 정비에 나선다. 1968년 준공된 간호기숙사는 지어진 지 50년 이상 된 건물로 시설 노후화가 심해 거주환경이 열악했다.
서울대병원은 기존 기숙사 부지 1만8724㎡에 지하 4층, 지상 6층 규모의 종합진료지원동을 건립한다. 이 곳에는 기숙사 211호실이 마련된다.
충남대학교병원도 3월부터 기숙사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140명 규모의 기존 기숙사가 노후화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공사를 결정했다.
충북대학교병원은 82명을 수용하는 신축 기숙사를 3월 오픈했으며 분당서울대병원도 외부에 임대 형식으로 운영되던 기숙사 대신 신축 건물을 세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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