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가상화폐를 재난 은닉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늘자 서울시가 지자체 최초로 가상화폐를 보유한 고액체납자를 찾아내 가상화폐를 전격 압류했다.
서울시가 23일 공개한 고액 세금체납자들의 가상화폐 보유 사례에 따르면 평가금액이 가장 많은 사람은 125억원어치를 보유한 서울 강남구의 모 병원장 A씨였다.
그는 가상화폐를 압류당하자 10억원의 체납 지방세 중 5억8000만원을 즉시 납부하고, 나머지 금액은 납세 담보를 제공하며 가상화폐 매각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 38세금징수과는 23일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 3곳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보유한 고액체납자 1566명(개인 836명, 법인대표 730명)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중에는 40대 병원장 B씨도 포함됐는데, 그는 1100만원의 세금이 체납된 상태였지만 소유하고 있는 가상화폐 평가금액은 9억7500만원에 달했다.
지난달에도 고가의 아파트에 거주하며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39억원어치를 사모았지만 세금 27억원을 체납한 병원장이 국세청에 적발된 바 있다.
시는 이중 즉시압류 가능한 676명의 가상화폐(평가금액 251억원)를 전격 압류 조치했다. 이들의 총 체납액은 284억원이었다.
시의 이번 압류 조치로 가상화폐 거래가 막히자 676명 중 118명이 체납세금 12억6000만 원을 즉시 자진 납부했다.
세금을 낼 테니 가상화폐 매각을 보류해달라는 체납자들의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가상화폐 가격 폭등으로 가상화폐 가치가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체납세금을 납부해 압류를 푸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체납액이 2천만원인 체납자 B씨는 가상화폐 300만원을 압류당한 후 "매월 0.75%의 중가산금이 추가되어도 좋으니 당장 추심하지 말고 2년 후 추심하면 모든 체납세액 및 중가산금이 충당되고도 나한테 돌려줄 금액이 있을 것"이라며 시에 매각보류를 요청했다.
학원강사인 C씨 또한 지방세 5천600만원을 체납하고 "세금을 납부할 능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납세 의무를 회피해 왔으나, 평가금액이 31억5000만원인 가상화폐가 담긴 전자지갑이 압류되자 사흘 만에 체납 세액 전액을 납부했다.
시는 체납세금 납부 독려 후에도 세금을 내지 않을 경우엔 압류한 가상화폐를 현재 거래가로 매각할 계획이다. 매각대금이 체납액보다 작을 경우엔 추가 재산을 찾아 압류하고, 체납액보다 많을 경우 체납액을 충당한 나머지를 체납자에게 돌려준다.
또한 아직 압류되지 않은 890명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압류조치를 하고 2차 납세의무자 지정 및 자금출처 조사 등 지속적인 조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890명은 체납자의 가상화폐 자료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거나, 가상화폐 없이 소액의 원화금액만 있거나, 체납법인의 대표자인 경우 등이다.
시는 “최근 고액체납자들이 가상화폐나 예술품 등 자산이 드러나지 않는 편법 수단을 이용해 재산을 교묘히 은닉하는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경제금융추적TF’를 통해 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며 “향후 예술품 등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도 추적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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