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대형병원 환자쏠림 해소
’와
‘중소병원 경쟁력 강화
’를 기치로 도입된 전문병원 제도가 올해로
10년이 됐다
. 1기
(2011~2014년
) 99개
, 2기
(2015~2017년
) 111개
, 3기
(2018~2020년
) 107개가 지정됐으며
, 올해
4기
(2021~2023) 101개 의료기관이 선정됐다
. 4기 출범과 함께 대한전문병원협의회 수장도 교체됐다
. 지난 달
26일 취임한 이상덕 신임회장은 전문병원 제도 태동부터 협의회 출범에 이르기까지 국내 전문병원 제도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이다
. 그만큼
‘전문병원
’에 대한 이해와 애착이 클 수 밖에 없다
. 회원병원들 역시 그에게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
. 준비된 회장의 시너지는 취임 직후부터 발현되고 있다
. 회무 연속성에 세대교체까지 염두한 인사를 단행함과 동시에 단단한 네트워크를 통해 정부와의 공식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등
3년 임기의 서막을 수려하게 열고 있는 중이다
.
‘전문병원협의체’ 첫 가동…기대감 상승
이상덕 집행부 출범 이후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전문병원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 행보다. 과제가 여전한 전문병원 제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별도의 협의체가 꾸려졌다.
이름하여 ‘전문병원협의체’. 의료계 종주단체인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 간 현안 논의 기구인 의정협의체와 같은 맥락이다.
협의체 가동은 전문병원협의회 출범 이래 처음이다. 특히 특정 직역이나 직능과 정부가 정례적으로 만나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채널을 가동하는 것도 이례적이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사회연구원, 대한전문병원협의회 등은 최근 전문병원협의체 첫 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협의체 운영에 들어갔다.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며 협의체에 힘을 실었다. 무엇보다 보건의료정책과를 비롯해 보험급여과, 의료기관정책과 등 현안에 따라 협의 주체를 달리할 예정이다.
매달 정기적으로 개최되는 협의체에서는 전문병원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비롯해 각종 현안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이번 협의체 구성은 평소 제도 개선을 위한 정부와의 소통 필요성을 강조해온 이상덕 회장의 건의를 복지부가 전적으로 수용하면서 성사됐다.
이상덕 회장은 “협의체는 전문병원 제도 개선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 행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며 “전문병원 제도 활성화를 위한 의미 있는 결과물이 도출되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논의의 장이 마련된 만큼 기능가산을 비롯한 다양한 현안이 다뤄질 것”이라며 “10주년을 맞은 전문병원 제도에 큰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높은 진입장벽, 낮은 인센티브
사실 전문병원에 대한 복지부의 인식 전환은 201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지원으로 이뤄진 연구결과가 결정적이었다.
순천향대학교 대학원 보건행정경영학과가 주도한 ‘전문병원 충성고객의 병원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란 제하의 연구는 전문병원의 가능성을 확인시킨 중요한 계기였다.
전문병원이 대형병원 쏠림현상 완화는 물론 중소병원의 경쟁력 강화에도 확실하게 기여하고 있음이 해당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실제 연구결과 전문병원이 있는 지역의 대형병원 이용률은 줄어든 반면 전문병원 이용률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일반 병원 대비 의사 2.3배, 간호사 2.9배에 달하는 전문병원의 인력구조는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 및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음에도 정작 전문병원 참여율은 높지 않다는 점이다.
의료기관평가인증과 인력구성 등 전문병원 지정기준을 충족하지만 제도권 편입에 동참하지 않는 병원이 무려 330곳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는 지나치게 높은 지정기준과 부족한 보상기전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문병원으로의 진입장벽이 높고 인센티브 마저 미미해 일선 병원들이 동참을 꺼린다는 얘기다.
이상덕 회장은 “노력 대비 미흡한 보상체계로 제도 활성화에 어려움이 있다”며 “1기부터 4기까지 신청기관과 지정기관에 큰 변화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진입장벽을 낮출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지정기준 완화에 대해서는 협의회 내부적으로도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섣부른 외연 확대는 자칫 무분별한 전문병원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다만 인센티브 확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이상덕 회장은 “지정기준 완화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며 “단순한 기관수 증가 보다는 질환이나 진료과목 범위 확대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병원 or 전문의원
현재 정부가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안 중 하나로 검토 중인 ‘전문의원’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기존 전문병원과의 혼선을 야기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복지부는 최근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으로 전문의원 제도 밑그림을 발표했다. 전문의가 대다수인 동네의원 특성을 감안해 진료과와 질환별 전문의원 표방을 허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고혈압 전문의원, 당뇨병 전문의원, 백내장 전문의원, 맹장수술 전문의원 등의 표기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이상덕 회장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일차의료 활성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전문의원’이라는 용어는 자칫 ‘전문병원’과 혼동할 소지가 농후한 만큼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의원과 병원 개념도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은 일반 국민들에게 ‘전문병원’과 ‘전문의원’의 병용 사용은 오인과 혼동을 초래할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상덕 회장은 ‘대한전문병원협의회’ 명칭 변경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협의회’라는 명칭이 친목단체나 임의단체의 이미지가 강한 만큼 출범 10년 차 단체로의 위상 강화 차원에서 ‘대한전문병원협회’나 ‘대한전문병원회’ 등으로 이름을 바꾼다는 구상이다.
그는 “출범 당시에는 신생 단체인 만큼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이제는 임의단체의 틀을 벗고 도약할 필요가 있다”며 “이미 내부적으로도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한 명칭 변경 차원을 넘어 전문병원들이 국민으로부터 신뢰 받을 수 있고, 의료전달체계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혼신을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