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16개 시도의사회와 치과의사회, 한의사회 등이 한 목소리를 냈으나 ‘투쟁’이라는 극단적인 단어는 나오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도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새 집행부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하면서 자극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비급여 고시 의무화뿐만 아니라 의사면허 결격사유 강화, 수술실 내부 CCTV 현안을 앞두고 상호 조심러운 입장을 견지하는 모양새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있었던 16개 시도의사회·치과의사회·한의사회 등이 비급여 진료비 고시 의무화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투쟁 등 정부를 자극하는 발언은 없었다. 각 지역, 직역 등이 한데 목소리를 내면서도 적당히 수위를 조절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새 집행부가 들어선 의료계가 상대방 심기를 거스르는 발언을 자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보건의료계 각 직역은 최근 새로운 집행부가 등장했다. 이상훈 치협 회장은 지난해 3월, 홍주의 한의협 회장은 지난달 4일 당선됐다.
의협의 경우 최대집 집행부 시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각을 세우는 일이 잦았으나 올해 3월 이필수 회장이 당선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특히 지난 25일 있었던 의협 제73차 정기대의원총회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만 9명이 행사장을 찾았다.
비록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참석하지는 않았으나 김민석 보건복지위원장, 김두관 의원, 의사출신 신현영·이용빈 의원 등이 직접 신임 집행부 출범을 축하했는데, 최대집 집행부 시절만 해도 꿈도 못 꿀 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한 시도의사협회장은 “최대집 집행부와 이필수 집행부의 대 정부 접근에 차이가 있는 것”이라며 “집행부 교체시기에 국회 소통하는 등 분위기를 조성했고, 그 결과가 여당 의원들의 방문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치협은 물론 한의협까지 함께 성명을 낸 것을 처음”이라며 “그럼에도 투쟁이란 단어가 나오지 않은 것은 (비급여 신고 의무화 반대에 대한) 의지는 전달하되, 어느 정도 선을 지킨 것”이라고 덧붙였다.
징후는 있었다. 의협 회장 선거기간 부터 당선을 확정 지은 이후까지 이필수 당선인은 정부와의 대화를 강조했다. 자신이 최대집 집행부의 일원이었음에도 차이를 강조했던 것이다.
실제로 이 당선인은 지난달 있었던 의협 기자단과 인터뷰에서 당선 이유에 대해 “지난 2000년 이후 계속돼 온 ‘의협 투쟁 방식에 대한 회원들의 부정적 평가와 더불어 향후 의협 회무가 변화돼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고 본다”며 “지난해 의료 4대 악법 저지 투쟁 이후 회원들의 투쟁에 대한 피로도가 심해졌다”고 진단했다.
의사면허 취소 및 재교부 결격기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그는 “이제 당선인의 자격으로 국회를 직접 찾아 법안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치권도 화답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는 의료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는데,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으나 안건에 오르지 않았다.
국회 법사위 관계자는 “의협 새 집행부가 출범하기 때문에 정리를 위한 시간을 준 것”이라며 “정치권에서도 이필수 신임 회장에 대한 기대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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