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지난 한 해 국내 일부 중소병원들은 전에 없던 경영난을 겪었다. 일부 병원은 봉급조차도 줄 수 없는 상황에 직면, 의료진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연차 휴가를 쓰게 됐다.
안산 최대 종합병원 한도병원 ‘법정관리’ 돌입
지난해 안산 지역 최대 종합병원인 한도병원이 위태롭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의료계는 충격에 빠졌다.
특히 지역에서 단 두 곳 뿐인 지역응급의료센터인 병원이 존립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응급의학계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높아졌다.
안산 한도병원을 운영하는 대아의료재단은 2020년 6월 수원지방법원에 회생절차개시 신청서를 접수했다. 지난 2006년 개원한 안산 한도병원은 450병상 규모의 입원실과 11개 전문센터를 갖춘 종합병원이다.
법정관리를 받는 현재 병원은 응급실과 입원실은 폐쇄했으며, 정형외과 등 일부 진료과를 제외하면 외래도 대부분 중단된 상태다. 500명이 넘던 의료진과 직원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대아의료재단은 지난 수년간 과도한 대출과 잇단 사업 실패로 경영난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검진센터 개설 사업이 수포로 돌아갔으며, 형제병원인 시흥한도병원의 적자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후 올해 초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다른 의료기관과 마찬가지로 한도병원의 환자는 급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년 8월에는 입원환자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병원이 일부 폐쇄되기도 했다.
원내감염이 발생하면서 더 큰 손실을 입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지역 의료계도 크게 동요했다. 안산시의사회 관계자는 “안산시에선 오래됐고, 병상 수도 450병상이나 되는 고대안산병원 다음 가는 큰 병원이었다”며 “끝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안산시 의료체계가 큰 타격을 입었다는 우려도 이어졌다.
대한응급의학회 관계자는 “안산시가 작은 도시가 아닌데, 두 개 뿐인 지역응급의료센터 중 하나가 폐쇄되면서 응급환자 대책이 상당히 걱정된다”며 “지역응급의료센터 운영이 여의치 않으면 지역응급의료기관 전환이라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병원을 운영하는 대아의료재단은 회생을 위해 새로운 인수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은 올해 초 법원으로부터 투자유치 허가를 받고 조만간 매각공고를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도병원 사정을 잘 아는 의사는 ”재단이 병원을 지속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방병원 등 14개 병의원 운영 ‘청연메디컬그룹’ 위기
광주 지역 한방병원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14개 병·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청연메디컬그룹 또한 코로나19 사태 중 법정관리에 돌입한 의료기관 중 하나다.
산하 병원장 3명도 일반 회생을 신청하며 청연메디컬그룹 소속 다수 병원이 경영 위기에 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청연메디컬그룹 관계사인 청연·서연홀딩스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돌입을 위한 법정관리 신청서를 냈다.
또 다른 관계사인 ㈜씨와이와 청연인베스트먼트 또한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청연메디컬그룹 관계사 및 산하병원 대표직을 맡고 있는 의료인들도 연이어 일반회생 신청 절차를 밟았다.
청연홀딩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청연한방병원 L대표원장도 앞서 지난 12일 일반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산하병원인 서광주요양병원의 J원장과 수완청연요양병원 K모 대표원장도 일반 회생을 신청했다.
업계는 청연메디컬그룹이 무리한 사업 확장 전략을 펼치다가 경영난에 봉착하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연메디컬그룹은 병의원을 운영하는 것 외에도 해외의료기관 개설 및 한약재 제조, 부동산 시장 등 최근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대규모 투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결국 직원 임금조차 제대로 지불하지 못할 만큼 여유자금이 부족해졌다.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해 부동산 사업에도 발을 들여놓았지만 별다른 수익은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
산하 병원장들까지 개인회생 신청을 하는 사태에 직면했지만, 청연메디컬그룹 역시 산하 병원들의 회생에 대한 의지는 크다.
청연한방병원은 올해 초 보도자료를 통해 “정상 진료를 하며 회생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자금난으로 위기를 맞았으나 전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병원을 정상화하기 위해 힘쓴 결과 차질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40년 운영 산부인과 ‘A병원’ 폐원설 돌기도
오랫동안 서울 서남권에서 운영된 A병원도 올해 폐원설이 나돈 의료기관 중 하나다.
1977년 산부인과로 개원한 A병원은 이 지역에서 44년째 운영하고 있다. 산부인과를 중심으로 많은 지역민들이 이용하는 여성분만병원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지난 2014년에는 서울 유명 대학병원 출신 의료진을 영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초 병원은 건강검진과 분만시술을 전격 중단했다.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내과를 운영했던 병원은 산부인과 외래진료만 받고 있다.
의료진 또한 상당수가 최근 다른 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공사 중인 본관에는 조만간 한방병원이 들어설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에서 입지를 다졌던 A병원이 경영난을 겪게 된 것은 몇 년 전 외국인 환자 의료사고 때문에 알려졌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해당사건이 알려지면서 지역 환자가 급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사고 이후에도 병원은 경찰 수사와 별개로 정상적으로 진료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산부인과를 포함한 병원들의 환자 수 자체가 급감하면서 의료수익에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폐원설이 무성한 가운데 A병원은 아직 관할 보건소에 폐원신고 등의 절차는 밟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해당지역 관계자는 “A병원으로부터 폐업신고를 포함해 어떠한 문의가 들어온 적은 없다”면서 “다만 폐업신고 시점에는 따로 기준이 없는데, 실제로 병원 문을 닫기 전 신고하는 곳도 있고 반대로 진료를 완전히 중단한 후 소급해서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A병원 측은 병원 본관을 매매하고 폐원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나도는 것과 관련해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