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공고했던 의사들의 의료기관 개설권이 위협받고 있다.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이지만 타 직역들의 공세가 거센 모습이다.
치과의사들이 먼저 화두를 던졌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최근 요양병원 개설권 인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를 위한 TFT까지 출범시켰다.
현행 의료법상 요양병원 개설권은 의사와 한의사, 의료법인 등으로 제한돼 있다. 치과의사는 치과병원 또는 치과의원만 개설 가능하다.
치과계는 노인환자에 대한 구강보건서비스 확대를 기치로 요양병원에 치과 진료시설 의무화는 물론 개설권 확대 필요성까지 주장했다.
요양병원에 치과가 설치돼 있지 않다 보니 환자들이 별도 이송체계를 거쳐 치과를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이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요양병원의 치과 개설 의무화와 함께 치과의사에게도 요양병원 개설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치협 관계자는 “요양병원 개설자에 치과의사를 포함시켜 달라는 것은 의료인으로서 인정을 원하는 지극히 당연한 요구”라고 주장했다.
한의계 역시 의사들에게 국한된 영역의 문호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요양병원 개설권을 넘어 재활의료기관 및 치매안심병원에도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재활의료기관은 뇌졸중, 척수손상 등 급성기 치료 후 재활이 필요한 환자의 기능회복 시기에 집중 재활을 통해 일상으로 조기 복귀를 돕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환자 입장에서는 통합관리계획을 통해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의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고 치료 관련 본인부담금도 20%로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수 년간의 시범사업을 거쳐 지난해 처음 제도권에 편입된 재활의료기관의 경우 현재 45개 병원이 참여 중이다.
그러나 현행 규정상 병원급 의료기관 중 의사가 개설 운영하는 '병원'과 '요양병원'만이 재활의료기관으로 지정될 수 있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중풍 등 분야에서 한의 재활치료 효과성은 이미 환자들이 느끼고 있는 만큼 환자 선택권 확대 차원에서도 재활의료기관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에 앞서 치매안심병원 필수인력에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즉, 한의사를 추가하는 내용을 담은 '치매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예고 됐고,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는 중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러한 각 직역의 요구가 공론화 분위기를 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보건의료발전협의체에서는 치과의사의 요양병원 개설권 및 한의사의 재활의료기관 참여 등을 놓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사 독점에 대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협의체는 물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직역 간 상생 발전 방안을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외에도 개설권을 둘러싼 의사들과 타 직역들 갈등은 부지기수다.
간호계 숙원사업인 ‘간호법 제정’을 놓고도 의료계는 간호사 단독 개설권을 우려하며 반대입장을 취하고 있고, 물리치료사 단독 개원을 둘러싼 갈등도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
지난 2009년에는 기획재정부가 의사에게만 허용된 의료기관 개설권을 일반인에게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