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지호 기자] 국립중앙의료원이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기부금 5000억원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중앙감염병병원 건립을 추진한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3일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 예정부지인 옛 미군 공병단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국가 위기 속에서 선뜻 큰 뜻을 내어준 기부자의 가치를 온전히 지켜 정부와 함께 명실상부 세계 최고 수준의 감염병 대응 국가역량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건희 회장 유족은 국가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를 주문하며 지난달 28일 국립중앙의료원에 7000억원을 기부했다. 이 중 5000억원이 국가 감염병 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에 투입된다.
국립중앙의료원은 기부금을 2025년 완공 목표인 150병상 규모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투입할 계획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기부금 관리를 위해 복지부와 질병청을 포함해 내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기금운용특별위원회'를 설치키로 했다. 기부자인 삼성은 특별위원회에 참여하지 않는다.
정 원장은 “특별위원회에 구성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한 바는 없지만 기부자인 삼성 측에서는 특별위원회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성과 책임성을 담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중앙감염병병원으로 지정된 국립중앙의료원을 미 공병단 부지에 음압병상 100개, 전체 800병상 규모로 신축할 계획이었다.
기부금이 추가 투입되면서 기존 정부 예산에 더해 규모가 커지고 음압병상 등 시설과 장비를 한층 고도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운용하는 인력 양성과 연구 역량을 키우는 일에도 일정 부분이 투입된다.
정 원장은 “개인 선의와 사회공헌이 국가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삼성의 기부로 당초 정부에서 계획한 예산 규모가 줄어드는 일이 없도록 경계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감염병 위기 대응에는 국가 체계가 작동해야 하지만 지금까지 국가는 위기 때마다 임기응변, 상황 모면에만 그쳤을 뿐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투자에는 인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스, 메르스,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 위기에도 불구하고 국격에 걸맞는 공중보건위기 대응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고 중앙감염병병원의 건립도 갖은 핑계로 늘 뒷전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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