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실시하는 '세계 최고 병원' 조사는 매년 병원계 관심을 모은다. 의료 분야에서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내 의료기관들의 위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규모인 서울아산병원(원장 박승일)은 올해 발표된 ‘2021 세계 최고 병원’ 조사에서 34위에 올랐다. 지난해 37위에서 세계단 상승하며 국내 병원 중 유일하게 글로벌 30위권에 2년 연속 진입한 기관이 됐다.
서울아산병원은 세부 분야 순위에서도 눈에 띄는 성적을 보였다.
내분비 분야가 세계 4위에 올랐으며 ▲소화기 6위 ▲암 7위 ▲신경 8위 ▲정형외과 12위 ▲심장 36위 등 주요 질환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이 입증됐다.
이 같은 성과 뒤에는 서울아산병원만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앞서 서울아산병원은 중증환자들에게 세계적 수준의 표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감염관리 체계를 마련했다.
또한 의료서비스 질을 일관되게 유지하기 위해 진료부터 마취, 수술, 감염관리, 환자 및 보호자 교육, 시설까지 환자가 접하는 모든 서비스에 자체적인 표준지침(아산 글로벌 스탠다드)을 정립했다.
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도 서울아산병원에서는 환자들이 안전하고 질 높은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 진료체계는 환자 뿐 아니라 해외 의학자들에게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10년 간 90여 개 국가에서 3600명이 넘는 의학자가 서울아산병원 의료 기술과 시스템을 배우고 돌아갔다.
특히 연수를 마친 이들이 자국에서 치료가 힘든 중증환자들에게 최후 보루로 서울아산병원행을 권하면서 국제적으로 신뢰받는 의료기관으로 자리잡았다.
개원 30년, 미국 메이요 클리닉, 클리블랜드 클리닉, 존스홉킨스병원 등 한 세기가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병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세계적 수준의 병원으로 성장한 서울아산병원의 경쟁력을 살펴봤다.
세계 7위 암병원, 국내 최초 환자 맞춤형 다학제 진료
서울아산병원은 암, 장기이식, 심장질환 등 매년 6만 7천 건이 넘는 고난도 치료와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암 수술은 2020년 한 해에만 2만여 건을 시행했다. 지금까지 유방암 수술 3만5000례, 대장암 3만3000례, 복강경 위암 1만 례, 식도암 로봇수술 500례 등 국내 최대 규모의 치료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2006년에는 국내 최초로 다학제 협진체제를 갖췄다. 현재 매년 4000명이 넘는 암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세계적인 과학 저널인 네이처(Nature)는 지난 2020년 ‘대한민국 암 치료와 정밀의학의 개척자’라는 제목으로 서울아산병원의 이같은 ‘암 통합 진료체계’를 상세히 다루기도 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받은 암 환자 40만여 명의 데이터를 활용해 유전체 정보와 검사, 수술, 약제 등 환자의 임상 정보를 통합적으로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정밀의료 통합 플랫폼’이 작년 초에 개발됐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를 바탕으로 국내 의료 빅데이터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며 4차 산업혁명시대의 의료를 이끌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 36위 심장병원, 세계 석학들 배움터 역할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은 세계적으로 우수한 수술성과를 보이고 있다.
심장내과, 흉부외과, 혈관외과 3개 진료과와 8개 질환별 센터를 갖춘 심장병원은 연간 20만 명의 외래 환자가 방문한다. 수술도 개심술 2000여 건을 비롯해 관상동맥스텐트시술 2600여 건,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타비시술) 170여 건을 기록 중이다.
특히 수술 없이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치료하는 타비시술은 국내 최초로 99%의 성공률를 기록하면서 올해 1000례를 달성을 앞두고 있다.
심장이식 수술은 국내 최다 기록인 800례 이상을 시행했다. 심장이식 후 생존율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1년, 5년, 10년 생존율이 각각 95%, 86%, 76%를 기록해 국제심폐이식학회의 81%(1년), 69%(5년), 52%(10년)를 크게 앞서는 것은 물론 세계 최고 심장이식 기관으로 꼽히는 미국 스탠포드 대학과 텍사스 심장센터와 비슷한 수준이다.
뇌사자 중심으로 이뤄지는 심장이식에서 이식 대기 문제를 일부 해소하고자 2015년 국내 최초로 이식형 좌심실 보조장치(3세대 LVAD) 삽입술을 시행하는 등 심실보조장치(인공심장) 이식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은 또한 전 세계 의학자를 대상으로 예방부터 재활까지 심장치료 전 과정에 걸쳐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1995년부터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에서 개최하는 ‘관상동맥 중재시술 국제 심포지엄’에는 매년 전 세계에서 4000여 명의 심장중재시술 관련 의학자들이 찾아와 최신 중재시술 의학지식과 기술을 공유한다.
2009년부터 서울아산병원 심장병원과 심장혈관연구재단이 공동 운영하는 아산 심혈관중재시술 교육 프로그램(ACT)은 중재시술 분야 최신 기술을 익힐 수 있는 글로벌 연수 과정으로 자리매김했다.
세계 4위 내분비 분야, 세분화된 전문클리닉 운영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는 전문 클리닉 간 협진으로 유명하다.
만성질환인 당뇨병, 비만, 동맥경화증의 진단 및 치료부터 ▲갑상선 기능 이상, 갑상선 결절 및 갑상선 암의 치료와 수술 후 관리 ▲골다공증의 진단 및 골절 예방 치료 ▲희귀 내분비질환 등 다양한 분야에 전문 클리닉을 갖추고 있다.
2006년 개소한 당뇨병센터에는 13개 진료과가 속해 있으며 연간 9만 명 이상의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당뇨 합병증 예방에 초점을 맞춰 당뇨병 관련 상담부터 진단, 치료, 교육을 한 곳에서 해결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센터 내에 5개 클리닉(당뇨망막ㆍ당뇨족부ㆍ당뇨신장병ㆍ심혈관질환ㆍ뇌건강 클리닉)을 운영하며, 13개 진료과 교수진과 4명의 전문 코디네이터가 당뇨병과 합병증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각종 내분비 질환 극복을 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당뇨병과 비만, 동맥경화증, 골다공증, 갑상선암 등 각각의 질병 모델에 대한 전문 연구 인력과 시설을 꾸준히 확충하고 있다.
이 밖에 SCI급 외국 저널과 국내 유수 저널에 지속적으로 우수한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김민선 내분비내과 교수팀은 사람 몸속에서 식욕을 조절하는 단백질을 발견해 비만 치료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으며, 최근에는 운동의 비만 예방 기전을 규명해서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세계 6위 소화기 분야, 조기 위암 내시경·초음파 시술 선도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50여 명의 의사를 비롯한 130여 명의 인력이 하루 400여 명의 소화기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시경센터는 조기위암에 대한 내시경 시술과 대장종양에 대한 내시경 절제술, 췌담도 내시경 및 중재적 내시경 초음파 시술 분야에서 특히 널리 알려졌다.
센터가 그동안 치료한 위종양 환자는 2만 명이 넘고 이중 위암 내시경 치료 건수는 1만 건 이상이다. 전 세계 단일병원 중 최다 기록이다.
센터는 또 내시경을 이용한 소화기질환 진단과 치료의 질적 우수성을 확보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아 2015년 세계내시경협회로부터 ‘최우수 내시경센터(Center of Excellence)’로 지정됐다.
서울아산병원은 국내 최초로 궤양성 대장염 및 크론병 클리닉도 개설해 국내 염증성 장질환자들의 진료와 연구, 교육에 앞장섰다.
2012년 클리닉은 염증성 장질환 센터로 확장 개소했다. 현재 6000명이 넘는 궤양성 대장염 및 크론병 환자가 등록돼 있다. 이는 단일 규모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세계 7위 신경계 분야,
급성 중환자 치료체계 정립·뇌동맥류 치료 선도
서울아산병원은 급성 신경계 중환자의 대응 지침을 정립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서울아산병원은 앞서 지난 2007년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한 급성기 뇌졸중 환자를 위해 뇌졸중센터를 개소했다. 신경과와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혈관외과, 재활의학과가 협진해 급성기 뇌졸중 환자에게 통합적인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2016년에는 세계 최초로 뇌졸중 응급진료팀을 구성해서 급성 신경계 중환자 치료의 표준체계를 세웠다.
2017년부터는 뇌졸중을 비롯해 경련 발작, 심폐소생술 후 의식회복 없음, 갑작스러운 의식변화, 두부외상까지 관리 증상을 확대한 신경비상팀을 운영하고 있다.
뇌혈관팀은 심하게 좁아진 혈관에 대해 혈관 풍선성형술, 스텐트 삽입술 등을 시행하고 있다. 출혈의 위험을 가지고 있는 동맥류에 대해서는 코일 색전술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1만례가 넘는 뇌동맥류를 성공적으로 치료했다.
또한 국내 최초로 감마나이프를 도입해 2021년 현재까지 1만 2000례 이상 시술했다. 이 밖에 소아청소년에서 발생한 뇌종양, 뇌혈관기형 등도 수술 없이 성공적으로 치료해왔다.
세계 12위 정형외과 분야, 질환 세분화 전문진료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는 세분화된 치료로 환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경추, 요추, 무릎, 어깨 및 팔꿈치 질환, 뼈암, 수부질환, 발과 발목 질환 등을 세분화해 전문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2009년 개소한 척추측만증센터는 정형외과를 중심으로 신경외과, 신경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스포츠의학센터가 협진해 척추측만증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1990년 S자 형태로 구부러진 척추를 바로 세워주는 척추측만증 수술에 성공한 후 지금까지 1300례 이상을 시행했다.
2015년 이후에는 매년 180건 이상의 척추측만증 수술을 진행하고 있으며 수술 후 신경손상 환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안전성도 입증했다.
또한 고관절 클리닉을 운영하며 정확한 진단과 검증된 치료방법을 통해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2017년부터는 상지 마비로 고통 받는 환자들을 위해 상완 신경총 마비 클리닉을 열었다. 정형외과를 중심으로 재활의학과, 신경과, 영상의학과 등과의 협진을 통해 상완 신경총 마비의 정확한 진단 및 검증된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골다공증 클리닉 및 소아청소년병원 하지교정 클리닉도 운영하며 정형외과 질환별로 전문화된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입증된 장기이식센터
장기이식 또한 서울아산병원의 명성을 입증하는 핵심 분야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지금까지 7000례의 간이식을 실시했다. 1년 생존율은 98%로 의료 선진국인 미국의 89%를 뛰어넘었다.
특히 생체 간이식과 2대1 간이식, ABO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에서 세계 최다 수술 건수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성과는 국내외에서 널리 알려졌다. 1999년 간이식을 받는 환자에게 좌엽보다 크기가 더 큰 우엽의 간 기능을 극대화해 이식수술 성공률을 크게 향상시킨 변형우엽 간이식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2000년에는 세계 최초로 2 대 1 생체 간이식을 성공시켜 이식 수술의 기증자 영역을 크게 확장시켰다.
혈액형이 달라도 이식을 가능하게 한 ABO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은 이식이 까다로운 성인 환자에게서만 현재 세계 최다인 663건 이상의 수술을 기록하며 혈액형 적합 간이식과 동등한 치료 결과를 보이고 있다.
간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해외 환자만 120여 명에 달하는 등 중동, 미국, 남미를 포함한 100여 개 국가에서 한 해 2만여 명의 환자가 서울아산병원을 방문하고 있다.
국내 최초 생체 폐이식도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뤄졌다.
2017년 폐동맥고혈압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있던 19세 환자에게 생체 폐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하면서 살아있는 사람의 폐도 이식받을 수 있게 하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 의결을 이끌어 냈다.
2008년부터 서울아산병원에서 폐이식을 받은 환자 130명 이상을 분석한 결과 5년 생존율 62%를 기록하며 국내 폐이식 생존율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였다. 1년, 3년 생존율도 각각 78%, 67%로 그동안 간이나 심장 등 타 장기에 비해 생존율이 낮아 이식수술을 망설였던 말기 폐부전 환자들에게 큰 희망을 선사했다.
2020년 7월에는 신장이식 6000례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6천 명에게 이식된 신장의 생존율은 98.5%(1년), 90%(5년), 77.1%(10년)였다. 미국의 장기이식관리센터(UNOS)가 발표한 이식된 신장의 생존율 99.9%(1년), 85.4%(5년)과 대등한 수준이다.
국내 절반을 차지하는 심장이식 수술도 1년 생존율이 95%를 기록해 미국 텍사스 심장센터 같은 세계적인 심장 병원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