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최근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와 같은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가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진료예약권’까지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기가 많아 예약이 어려운 병·의원 진료권을 미리 예약한 후 급하게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받고 판매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인 중고나라에는 점과 기미, 주근깨 등 제거 시술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서울시 노원구의 피부 레이저 시술 A의원을 검색하면 진료 예약권을 사고파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해당 의원 진료 예약권은 5~7만원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데, 팔겠다는 글보다 사겠다는 글이 더 많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대표적인 중고거래 어플인 당근마켓 역시 A의원 진료예약권 판매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A의원은 매월 1일에만 유선 또는 현장으로 예약을 받는데, 이날 의원 앞은 현장 예약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새벽 3시부터 긴 줄을 이루고 전화는 수백 통 이상 시도해야 연결이 가능하다.
힘들게 예약에 성공해도 당장은 진료 일정이 꽉 차 있기 때문에 최소 6개월 뒤부터 날짜 선택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진료 당일 일정이 생겼거나 변심 등으로 진료를 받지 않게 된 사람들이 당장 시술받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고 판매하는 것이다.
해당 의원은 한 명이 진료 예약에 성공할 시 최대 3명까지 예약이 가능한 구조로, 판매 후 병원에 전화해 예약자 이름만 변경하면 되기 때문에 진료권 양도가 손쉽게 가능하다.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을 통한 진료·수술권(또는 의약품) 거래행위는 유인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아 위법 소지 우려가 있다. 의료법상 ‘고객 유인행위’는 과잉진료 발생 우려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경우는 의료기관이 직접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거래이기 때문에 고객 유인행위에 해당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복지부 "의료기관이 직접 돈 받는거 아니기 때문에 법(法) 위반 아니지만 규제 필요"
보건복지부 또한 의료법 위반행위는 아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법적으로 규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어느 정도 규제는 필요하다는 생각은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관이 직접 이 같은 방법으로 돈을 받고 환자들에게 진료예약권을 판매한다면 의료법 위반에 해당돼 규제가 가능하지만 환자와 환자 간 거래는 의료법 위반 사항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환자 간 거래라도 향후 규제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한편, 본지는 진료예약권 매매와 관련해 해당 의원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