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의학단체 학술활동에 대한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회사의 지원기준을 담은 공정경쟁규약 개정 작업이 1년 넘게 지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본격적인 춘계 학술대회 시즌에 접어들었고, 각 학회의 무게추가 쏠려 있는 추계 학술대회 준비에도 혼선이 예상되는 만큼 시급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학술대회가 저변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대적 흐름이 반영된 지원기준이 절실하지만 키를 쥐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회신은 감감무소식이다.
의학계 학술대회 지원기준이 담긴 공정경쟁규약은 지난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와 2018년 국민권익위원회 개선 권고에 따라 개선안 마련이 추진됐다.
보건복지부,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등이 오랜 논의 끝에 개선안을 도출하고 지난해 2월 공정위에 제출했다.
비교적 낮은 진입장벽 탓에 국제학술대회가 난립했다는 지적에 따라 국제학회 기준 강화와 함께 불합리한 국내학술대회 요건 수정이 주된 내용이었다.
국제학술대회의 경우 5개국 이상 혹은 50명 이상의 외국인 연자 확보를 의무화하고 지원금 사후 관리체계를 위해 결산보고 항목을 신설하는 게 골자였다.
국내학술대회는 형평성을 고려해 30%에 달하는 학회 자부담 원칙을 적용받지 않도록 했다. 또 잉여금 반환 조건도 삭제했지만 이 금액은 차기 학술대회에 사용토록 했다.
하지만 어렵사리 마련한 공정경쟁규약 개선안은 1년 넘게 공정위 검토 단계에 묶여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가 개선안 내용 중 자부담률 30% 적용 조항 삭제에 대한 반대의견과 리베이트 재발 방지 대책과 함께 온라인 지원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이유로 처리를 미루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공정경쟁규약 개선안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동안에 의학계 학술대회 환경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정상적인 학술대회 개최가 어려웠고, 각 학회들은 고육지책으로 온라인 행사를 치르며 최소한의 학술활동을 유지했다.
국내 의료 수준의 퇴보를 방지하고 의료인 감염 확산에 따른 의료 인프라 붕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다.
전례 없던 온라인 학술대회를 위한 별도의 지원기준도 제시됐다. 그러나 이 기준은 ‘2021년 6월까지 한시적용’이라는 단서가 달렸던 만큼 다음 달로 시한이 만료된다.
공정경쟁규약 개선안은 계류 중이고, 한시적으로 운영되던 온라인 학술대회 지원제 마저 종료가 임박하면서 각 학회들은 막연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 학회 이사장은 “당장 10월로 예정돼 있는 추계학회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섣부르게 준비했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생길 수도 있어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이어 “하늘 길이 막힌 상황에서 해외연자의 온라인 참석으로도 국제학회 기준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지 등 확실한 기준안이 없다 보니 고충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그나마 온라인 학술대회 한시적 지원 제도는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대한의학회 은백린 학술이사는 “공정경쟁규약 개선안 통과까지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만큼 이번에 온라인 지원 방안을 분리 상정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기존 규약 개선안과 온라인 지원안 절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6월까지 적용되던 온라인 학술대회 한시적 지원 제도는 1년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의학회는 온라인 학술대회 지원 제도 정착을 위해 의료계와 산업계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원 적용대상, 광고금액, 광고효과, 지원 상한선, 지원조건 위반 등 쟁점이 될 문제들에 대해 각계 입장을 조율한 후 제도의 기본 방향을 정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