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수첩] 당근마켓 등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 인기가 심상찮다. 주목할 부분은 생활필수품이나 전자기기 뿐 아니라 의약품과 의료기기에 이어 ‘진료권’까지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의약품과 의료기기는 현행법 상 개인 판매가 불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온라인 직거래에서 ▲모유착유기 ▲콧물흡입기 ▲의약품 ▲심장사상충약 등은 판매가 불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한 국회의원이 본인이 직접 당근마켓을 통해 중고 의약품 식욕억제제 디에타민을 구입한 경험을 들며 중고거래 사이트의 의약품 판매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도 당근마켓에서는 의약품 뿐 아니라 개인 판매가 금지된 유착기나 콧물흡입기 등 의료기기도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인기가 많아 예약이 어려운 의료기관 진료권을 예약한 후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받고 판매하는 ‘진료예약권’까지 판매 상품으로 등장했다.
점과 기미, 주근깨 등 제거시술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서울시 노원구 A의원의 진료예약권은 5~7만원에 거래가 이뤄지는데, 팔겠다는 글보다 사겠다는 글이 더 많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 같은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을 통한 진료 및 수술권 거래행위는 위법 소지가 다분해 보이지만 현행법상 규제할 우려가 있지만 의료기관이 직접 판매하지 않고 환자들 간 이뤄지는 거래인 만큼 규제 방법이 없다.
자신이 “IM(근육주사)은 가능한데 IV(정맥주사)가 어려워 지원할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다”며 자신에게 IV 주사 놓는 법을 알려줄 수 있는 의료인력을 구한다는 글도 최근 중고거래 사이트에 게재됐다.
해당 글을 접한 간호사 등은 “의료진이 아닌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사이트에 이런 글이 올라오면 침습적 의료행위가 일반인도 가능하다는 오해가 충분히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불법으로 명시된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도 제대로 통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진료권이나 의료인력 등 상상하기 어려웠던 것들도 상품이 돼 규제 사각지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중고거래 사이트에 대한 인기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만큼 당분간 훨씬 다양한 의료 분야 상품이 잦은 빈도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을 관리 및 규제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보건당국 또한 현재로써는 마땅한 처벌 방법이 없지만 규제를 위한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고객들 간 진료 예약권 거래행위는 의료법 위반행위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규제할 수 없지만 향후 환자들 간 거래에 대한 제재 방안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대인들의 만물상으로 통하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는 앞으로도 더 진화된 의료 관련 매매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의료법의 또 다른 사각지대가 아닌지 당국의 진중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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