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 내‧외과와 비교해 정신과는 정보가 매우 부족해 진입장벽이 높다. 정신과가 어떤 치료를 하는지, 자신이 어떤 병원을 가야 하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가격은 어느 정도인지 등 대부분의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다.”
박지은 서울의대 정신과학교실 교수는 서울대학교병원 공공보건의료진흥원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이 공동주최한 제6회 지역사회 정신건강과 커뉴니티케어 정책 세미나에서 ‘정신건강서비스 이용 장벽의 현황’을 주제로 발표하며 “정신과는 다른 진료과와 달리 정보가 적어 제대로 치료받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지난 1년 동안 대한민국 국민 중 정신건강으로 인한 문제를 겪은 사람은 전체 성인의 약 2%로 추정되고, 평생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겪은 사람은 4명 중 1명꼴로 적지 않다.
반면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을 살펴보면 이 같은 수치와 다른 측면이 파악된다.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국민 중 평생 동안 정신과나 상담기관 등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는 22.2% 정도에 불과했다. 1년에 40%가 넘는 캐나다나 미국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치료 필요한 사람 많은데 실제로 치료 받는 사람은 적어, SNS 정보도 많이 부족한 실정"
박 교수는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많은데 치료받은 사람은 너무 적어 치료 격차가 우리나라 정신건강체계의 가장 심각한 단면”이라면서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도움 필요한 사람 증가하며 정신건강이 더욱 더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왜 사람들이 정신과 치료를 받지 않을까 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SNS를 통한 빅데이터 분석 연구를 진행한 결과 내‧외과와 비교해 정신과는 정보가 매우 부족해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2016년 1월부터 2019년 7월까지 SNS와 커뮤니티 등 온라인 소셜미디어 빅데이터 가운데 약 600만건의 텍스트를 분석했다.
그 결과, 내‧외과는 연관키워드로 ‘증상, 이상, 약, 상태’ 등 질병과 관련된 부분이 많았던 반면 정신과의 첫 번째 키워드는 ‘정보’였다.
박 교수는 “정신과가 어떤 치료를 하는지, 자신이 어떤 병원을 가야 하는지, 부작용 없는지, 가격은 어느 정도인지 등 대부분의 정보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이는 우리 사회에서 정신과 경험에 대한 공유가 일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온라인에서 정보를 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신과를 내‧외과 등 일반 병원처럼 쉽게 가지 못하는 이유는 어떤 진료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정신과에서 어떻게 진단 및 치료를 진행하는지는 전혀 비밀스러울 필요가 없다. 국민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공급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전문가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신과 상담 및 진료기록 유출 우려감 커서 내과‧가정의학과 및 비보험 진료 다반사"
국민들이 느끼는 정신과 진입장벽은 자신의 진료기록 유출에 의한 제도적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그 무엇보다 높았다.
50~6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에서 ‘제도적 불이익’이 진입장벽 중 1위를 차지했고, 특히 10대 청소년이나 20~30대 취업준비생에게는 50% 이상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연구를 시작할 때는 사회적 인식이 가장 큰 장벽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보다 진료기록 보호 문제와 기록으로 인한 차별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며 “공무원 취업, 보험 가입, 대학 입시 등과 연관된 젊은 세대 불안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신과 약물치료 필요성을 느끼지만 정신과가 아닌 내과나 가정의학과에서 해결코자 하는 경우 및 진료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비보험으로 진료받았다는 경우도 많았다”며 “어떤 치료를 받느냐보다 정신과에서 치료받는 것에 대한 낙인 같은 두려움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정신과 진료기록은 개인 민감정보로 법령에서 정한 특수상황이나 본인 동의 없이 제3자가 열람하거나 처리하는 것은 현재 불법이다.
실제로 건보공단도 "정신질환은 본인이 확인하려 해도 특수상병으로 분류돼 온라인 열람이 불가하고 신분증을 지참하고 직접 방문해야 하며 채용이나 임용, 승진, 진학 등의 이유로 공단에서 특수상별 건강정보가 제공되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결국 정보 부족으로 인한 국민들 오해와 차별에 대한 두려움 불안으로 정신과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있다”며 “진료기록 정보 보호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해결할 수 있는 법과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