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코로나19 사태 중 정부가 한시적으로 전화진료를 허용하면서 원격의료 논의는 급물살을 타게 됐다. 그동안 의료계에선 환자 안전 등을 이유로 반대 여론이 거셌지만, 산업계는 이미 원격의료 시대를 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격의료 장애물이었던 환자들의 불신 및 경제적 이해 당사자들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것이다. 다만 안정적인 연착륙을 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양질의 의료인력이 준비돼야 한다는 것이 산업계 주장이다.
4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한국병원경영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나군호 네이버헬스케어연구소장은 최근 국내외 원격의료 동향을 소개하며 “미국에선 75%의 응답자가 원격의료에 대해 호의적이란 조사 결과도 있다”며 “질적인 부분에 대한 환자의 불확신이 제법 해소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서도 코로나19 기간 중 이뤄진 원격의료 150만건을 분석한 결과, 의료사고가 보고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해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신뢰할 만한 실질적인 데이터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실제 원격의료를 도입해보니, 앞서 의료계가 우려했던 ‘대형의료기관 쏠림 현상’도 눈에 띄게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나 소장은 “의료계가 가장 걱정했던 것이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환자들이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으로 몰리지 않겠냐는 것이었는데, 코로나19 기간 중 통계를 내보니 50%의 환자가 개인병의원을 찾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물론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접근성을 어떻게 높이는 가는 숙제로 남아있지만, 해외에선 이미 의료시스템이 미래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격의료가 당면한 새로운 과제로 ‘양질의 의료인력 수급’을 꼽았다.
나 소장은 “미래의료가 디지털 시스템 기반이라고 해도, 이걸 잘 활용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우수한 휴먼웨어(인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코로나19 감염병 사태 중 우리나라는 심각한 의료진 부족 사태를 겪었다. 인적자원이 부족한 상황인데, 미래의료가 앞으로 다가올 2차, 3차 팬데믹 위기에서 제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선 결국 인력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초 '워크스루' 개발 주목 H+양지병원 "가장 중요한 건 사람"
한편, 이날 학회에선 세계 처음으로 실내 설치용 음압부스를 개발해 주목받은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이 스마트 기술 도입 사례를 소개했다.
김상일 에이치플러스양지병원장은 “의료진이 부스에 장착된 터치스크린을 가동하면 자동으로 소독되는 ‘워크스루’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며 “감염병 사태 중 중소병원이 보여준 경쟁력”이라고 자부했다.
김 병원장은 “방역체계에 대한 기여와는 별개로 우리는 중소병원 가운데 그나마 감염병 사태를 잘 버텨낸 곳이라 생각한다”며 “자체 메신저를 사용한 지속적인 소통, 매일 아침 진행되는 최고경영자 미팅,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의료진 교육콘텐츠 개발 등 많은 노력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바로 사람”이라며 “의료기관 수입은 줄어들고, 업무는 가중되는 상황에서 우수한 직원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작게나마 지속적인 복지를 제공하는데 힘썼고, 이러한 노력이 힘든 상황을 버텨내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