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수 천억원의 진료비 환수 문제가 걸려 있는 맘모톰 소송의 결정적 변곡점이 될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병원계가 총력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병원을 상대로 한 보험회사들의 소송이 동시다발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법원 판단에 따라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는 만큼 반드시 승소를 이끌어 내겠다는 각오다.
유례없던 의료기관 무더기 피소 사태를 초래한 맘모톰(Mammotome) 절제술은 침이 달린 맘모톰 장비를 이용해 유방 양성종양을 빨아내 제거하는 시술이다.
원래는 종양부위 조직을 소량 채취하는 검사장비로 개발됐으나 점차 양성종양 제거술로 의료 현장에서 쓰이기 시작했다.
메스로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과 비교하면 외상이 적어 환자들이 선호하지만 수술만큼 완전하게 종양을 제거하지 못해 재발 위험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알려졌다.
맘모톰 절제술은 두 차례나 검증 문턱을 넘지 못하다가 논란 끝에 3수 만에 2019년 8월에야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했다.
보험업계는 신의료기술로 인정되지 않은 의료행위인 만큼 비급여 산정이 불가함에도 시술 후 환자에게 수술비를 부담시킨 것은 국민건강보험법 위반이라며 무더기 소송을 제기했다.
대한병원협회가 섭외한 법률대리인을 통해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병원이 21곳, 소송액수는 24억4000만원 규모다.
여기에 개원가의 경우 100여 곳이 넘는 의료기관이 보험회사로부터 피소를 당해 송사 중이다. 금액으로는 수 백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병원계와 보험업계의 시선은 지난 2019년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집중됐다.
삼성화재가 목포기독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이 사건은 맘모톰 관련 대규모 소송 중 첫 판결이었다. 향후 다른 소송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양측은 촉각을 곤두세웠다.
서울중앙지법은 삼성화재의 부당이득 환수 소송을 각하했다. 병원이 진료비를 청구한 상대는 보험사가 아니고 환자들이므로 보험사는 소송을 낼 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보험사가 환자를 대신해 진료비 채권을 행사하는 것, 즉 채권자 대위 소송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보험사가 부당이득을 되찾으려면 먼저 환자를 상대로 소송을 내야하고, 다시 환자가 병원에게 소송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각하 결정에 반발한 보험사들이 상급심의 판단을 요구하고 나섰고, 1심 재판부는 다른 임의 비급여 소송의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쟁점은 역시나 ‘채권자 대위권’ 행사 여부다. 환자가 아닌 보험회사가 의료기관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이 가능한지 여부가 핵심이다.
대한병원협회는 최근 재판부에 ‘채권자 대위권’ 행사의 부당성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병협은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보험회사들이 의료기관을 상대로 채권자 대위권 소송을 남발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실제 한 사건의 경우 10개 보험회사가 원고가 돼 무려 860명을 대위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병원들 입장에서는 그에 따른 비용과 행정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병협은 “환자가 아닌 보험회사가 의료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있는지 법리적 원칙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기관은 소송과정에서 무분별한 문서 제출 명령으로 막대한 행정적 부담이 발생하고 있다”며 “보험회사들의 무분별한 소송에 제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