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임수민 기자] “현재 법정감염병을 나누는 기준은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어렵고 각각의 정의 또한 개정될 때마다 변경되기 때문에 의료인조차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기 힘들다. 질병청 홈페이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김태형 순천향대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9일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개최한 의학용어 원탁토론회에서 ‘법정감염병 용어 검토’를 주제로 발표하며 국내 보건의료체계 법정감염병 분류 기준을 지적했다.
국내 보건의료체계는 법률 개정을 통해 과거 법정감염병을 1군, 2군, 3군, 4군으로 나누던 것을 1급~4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개정 전 법정감염병 분류 체계인 군(Group) 단위 분류체계를 살펴보면 1군은 전파 속도 빠르고 위해(危害) 정도 가 커서 유행 즉시 방역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전염병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어 ▲2군 예방접종 통해 예방 또는 관리가 가능해서 국가예방접종사업 대상이 되는 전염병 ▲3군 간헐적으로 유행할 가능성이 있어 발생을 감시하고 예방대책 수립이 필요한 전염병 ▲4군 국내에서 새로 발생한 신종전염병증후군, 재출현전염병 또는 유입이 우려되는 해외유행전염병으로 방역대책의 긴급한 수립이 필요하다고 인정돼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전염병 등이다.
현재 급(grade) 단위 분류체계는 1급의 경우 생물테러감염병 또는 치명률이 높거나 집단 발생 우려가 커서 발생, 또는 유행 즉시 신고가 필요하고 음압격리와 같은 높은 수준의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에볼라바이러스병, 마버그열, 두창 등이 있다.
2급은 전파 가능성을 고려해 발생 또는 유행 시 24시간 이내 신고해야 하고 격리가 필요한 감염병으로 결핵이나 수두, 홍역이 속하고 3급은 발생을 계속 감시할 필요가 있어 발생 또는 유행 시 24시간 이내에 신고해야 하는 감염병으로 파상풍, B형간염, 일본뇌염 등이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4급은 1급에서 3급까지 감염병 외에 유행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표본감시 활동이 필요한 감염병으로 인플루엔자, 매독 등이 있다.
김 교수는 “이런 분류는 어떤 배경에서 이렇게 분류된 것인지 일반국민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다”며 “잦은 개정 시마다 바뀌는 정의 때문에 의료인조차 정확하게 개념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감염병 진료나 예방체계, 의료인력은 뛰어나지만 의사를 보는 관점이 법정 의무를 다하기 위해 신고를 해야 하는 사람인지, 감시체계를 세우는 일에 참여하는 연구자인지를 보는 시각이 바뀌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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