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세브란스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세대간 동일 심근병증에 좌심실 보조장치(LVAD)를 삽입한 사례가 나왔다.
이와 함께 가족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경우 유전자 검사를 통해 조기 진단과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10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에 따르면 지난 2일 비후성 심근병증 말기로 진행한 김영대 씨(남, 만58세)가 심장이식을 받기 전까지 생명을 유지하고 일상생활을 하고자 LVAD를 안전하게 삽입 받고 퇴원했다고 밝혔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에 대기자로 등록된 김 씨는 향후 심장이식을 받을 예정이다.
지난 2004년 김 씨는 건강검진에서 ‘심장이 두껍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를 찾았다. 진료 결과 진단명은 아버지가 앓았던 ‘비후성 심근병증’이었다. 이 질환은 좌심실이 두꺼워지는 것을 일으키는 대동맥판막 협착증이나 고혈압을 앓고 있지도 않은데도 좌심실 벽이 두꺼워지는 질환으로, 인구 500명당 1명꼴로 발견된다.
이후 김영대 씨는 부정맥 악화로 실신까지 해 2014년 7월 심장내과 박희남 교수에게 삽입형 제세동기를 시술받았다. 이후 호흡곤란 등 심부전 증상 악화로 입·퇴원을 반복하며, 아버지처럼 말기 비후성 심근병증으로 인해 심부전으로 진행하는 양상을 보였다.
혈액형이 A형인 김 씨는 심장이식을 위해 장기간 입원해 공여자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인 점을 고려해, 4월 19일에 LVAD를 심장혈관외과 윤영남 교수에게 삽입 받고 퇴원해 현재 심장이식을 대기 중이다.
김 씨의 아버지인 김기호 씨도 1995년 신체검사에서 심장이상이 발견돼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에서 비후성 심근병증을 진단받아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5년 후 당시 LVAD 1세대 모델인 HeartMate I을 몸속에 삽입 받고, 다음 해인 2001년 11월에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으며, 이후 강석민 교수에게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으며 17년간 건강히 지내다가 2018년 2월에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심장 기능이 매우 약해진 심부전 환자는 뇌사자의 심장을 이식받아야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문제는 심장이식을 받기 위해 혈액형 등에 따라 6~18개월까지 대기 기간이 필요한데, 기다리는 동안 사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심장 기능이 떨어져 혈액순환이 전처럼 활발하게 되지 않아, 신장, 간, 폐 등 다른 장기까지 그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LVAD는 혈액을 전신에 순환시키는 심장의 좌심실 기능을 대신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준다. 이를 통해 다른 장기기능 저하를 최소화한 상태로, 심장이식 전 장기간 대기를 가능하게 해 준다. LVAD 금액은 기계 1대당 약 1억5000만 원에 달했으나, 2018년 9월 말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전 승인하에 본인부담 금액이 750만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김영대 씨는 이번 LVAD 삽입에 대해 “그냥 심장이식을 기다릴 것인가, LVAD를 달고 기다릴 것인가 고민된다면, LVAD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개인 소감을 말했다.
오재원 심장내과 교수는 “아버지와 아들 모두 결국 유전성, 가족성 질환을 앓게 된 것이다. LVAD는 분명히 심장이식 전까지 생명줄 역할을 잘 해낼 것이다. 더 나아가 가족성 심근병증 환자들을 조기 검사해 조기 진단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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