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의사가 의사답게 온전히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합니다. 의료사고 특례법은 국회를 반드시 통과해야 하며, 이 밖에 각종 행정절차를 위한 문서작업이 간소화돼야 합니다. 이달 임기 종료를 앞둔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
[사진]은 현재 가장 시급한 제도적 문제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다년 간 의사단체 임원으로 활동했으며, 개원의 삶이 예전 같지 않고 매우 힘들고 때론 적잖은 소송에 시달릴 각오도 해야 된다고 말한 그에게 최근 의료계를 둘러싼 각종 현안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Q. 대개협 회장 임기 3년이 끝나간다
-개원의 단체를 대표하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다했다. 또 각 직역별, 지역별, 과별 의사들이 힘들 때 해결해줄 수 있는 단체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난 3년간 열심히 달려왔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래도 열심히 했다고 자평한다. 투쟁할 때는 투쟁하고, 협상할 때는 협상하는 리더가 됐다.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후회는 없다.
주요 상과로는 대개협 산하에 여러 위원회를 구성한 것이다. 회장에게 모든 결정권이 위임된 것이 아닌, 각 위원회가 결정하고, 책임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일례로 대개협 산하 학술위원회는 회원이 3000명까지 늘어났으며, 다양한 행사와 심포지엄을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이런 부분에선 우리 대개협이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Q. 올해 수가협상단장으로 나섰다. 대개협이 처음으로 수가협상을 주도하며 시험대에 올랐는데 3.0%대 인상은 성공적인 결과란 반응인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한의사협회 새로운 집행부가 탄생하면서 이필수회장이 과감하게 수가협상을 위임하겠다고 했다. 다른 직역보단 의원급이 많이 받아낸 게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회원들이 기대한 수치에는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 0.1%라도 높이기 위해 정말 노력했다. 올해는 예년보다.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수가협상을 진행하면서 대개협 직원들이 많이 고생했다. 밤낮 고생했다. 결국 3.0%란 수가협상을 받았다. 현행 수가협상의 틀이 깨지지 않는 한 의사단체, 공급자단체는 계속 힘들 거라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 의협 신임 집행부에 감사 인사를 전한다.
Q. 수가협상을 끝으로 이번 임기를 마친다. 임기 중 해결하지 못한 개원가 현안은
-의사가 의사답게 환자진료를 해야 하는데, 행정적인 업무에 치이는 실정이다. 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없을 정도다. 그야말로 ‘서류 투성’이다. 개원할 때랑 비교해보면 보관해야 할 서류, 제출해야 할 서류가 너무도 많아졌다. 어떤 정책이 나올 때마다 의사에게 요구되는 서류 작업은 늘어난다. 문제는 이게 꼭 필요한 작업인지 하는가 이다. 나의 경우 산부인과 전문의인데, 신생아가 태어나면 출생 통보를 해야 한다. 그런데 사실 이건 전담 공무원이 해도 오차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이다. 또 가족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아기 부친 이름 등 환자의 민감한 정보를 물어봐야 한다. 해당 건의 경우 다행히도 지금은 분만을 보고하는 출생신고서로 바뀌었는데, 이 과정에서도 많은 마찰이 일어났다. 많은 입법안이 의료일선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Q. 임기 중 ‘대개협 법정단체화’를 이루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은데
-대개협이 자리를 잡고 위상에 맞게 활동하려면 법정단체가 돼야 한다. 전임 회장님부터 이어진 숙원사업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 의협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지 못했고, 결국 불발됐다. 하지만 의원급의 모든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선 법정단체화는 이뤄져야 한다.
Q. 다른 단체와의 관계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대한의원협회와의 역할분담 문제는 없는지
-의원협회는 강점이 많은 단체다. 특히 회비 납부율이다. 우선 의협하고만 비교해도 의협은 회비 내는 회원이 줄어드는 반면 의원협회는 점점 더 늘고 있다. 이 차이는 ‘회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고, 바라는 바대로 움직일 수 있는 단체’란 것에서 생긴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의원협회의 이 같은 행보가 대단히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대개협이 추구해야 할 형태의 조직이라고도 생각한다. 실제로 의원협회에 줄곧 이야기도 나누고 있다. 대개협과 의원협회 차이는, 공식단체와 임의단체란 것이다. 하지만 각 단체의 장점을 잘 취합하면 회원 권익을 위해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일상적 환자 민원에 수입은 늘지 않는 '개원의사 삶'"
"대한개원의협의회 법정단체 못된거 아쉬워, 계속 노력하겠다"
"임의단체인 의원협회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 모색해 회원 권익 제고"
"한번 재판에 휘말리면 의사 생활이 끝나는 경우 많아"
"코로나 장기화 속 의원급 고용 늘었지만 정부 지원은 병원 집중, 개원가 배려 확대돼야"
Q. 대개협 회장이면서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 회장도 맡고 있다. 산과의사회 활동과 관련에 아쉬운 부분은
-산부인과의사회가 통합되지 못한 것이 마음의 부채로 남아 있다. 지금도 통합을 바라고 있다. 다만 (어떤 단체가 주도해야 하는지) 그 형태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 직선제 산부인과의사회의 경우, 회비 납부율이 굉장히 높다. 회원들의 참여가 적극적이란 의미다. 통합은 향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물론 그 방식은 더 많은 회원들이 원하는 대로 이뤄질 것이다.
Q. 현정부에서 가장 문제적인 의료 관련 정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의료사고특례법이다.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현행법은 의사는 선의(善意)를 갖고 진료를 하는데 나쁜 결과가 나왔다고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번 재판에 휘말리면 그대로 의사 생명이 끝나버리는 경우가 대다수다. 대표적인 게 ‘안동사건’이다. 의사가 구속이 돼서 실형을 살고 나왔다. 고의가 아니었지만,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겼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재판정에 선 의사가 무죄를 받게 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의료사고특례법이 통과돼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최근 산부인과가 비인기과로 전락한 원인 중 하나도 분만사고로 인한 법적분쟁에 대한 두려움 지난 국회에서 윤일규 전(前) 의원이 ‘불가항력에 의한 분만사고는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결국 폐기됐고, 이번에는 이정문 의원이 다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이 꼭 통과돼 분만사고에 대한 의사들의 두려움이 불식되길 바란다.
Q. 코로나19 관련해 최근 개원가가 겪는 고충은 없는지
-이번에 수가협상에서 여러 자료를 열람했다. 의원급 의료기관 수익이 많이 줄었는데 직원 고용은 늘었다. 방역 등 관련해 충원이 불가피했다. 수익을 떨어졌는데 고용은 증가한 그런 묘한 구조가 된 거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지원금이 병원에 갔다. 의원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상황이다. 이제부터라도 의원에 대한 배려가 확대되길 바란다.
Q. 최근 지역 의원을 중심으로 백신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고충도 적잖을 것 같은데
-이번 코로나19 백신접종 특징은 여러 가지 규제가 강화됐다는 것이다. 백신관리를 위한 24시간 모니터 설치가 대표적이다. 백신 관리를 소홀히 한다는 걱정 때문이지만, 규제가 늘어날수록 의원의 참여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참여하지 않는 의원이 적잖다.
Q. 이필수 회장이 이끄는 의협 신임 집행부에게 기대하는 바는
-의협은 모든 의사의 대표다. 특정 의사직역을 위해서도 안 된다. 다만 각 직역에 관련된 정책에는 해당 직역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과거 ‘수술방 문제’의 경우, 이건 개원가의 문제인데 정작 대개협은 관련 회의에 참여하지 못했다. 당시 정부와 시민단체 등과 진행한 토론회에서 본인은 기관 대표가 아닌 ‘옵저버’로 참석했다. 그런데 대개협은 고사하고 의원급 의사조차 회의에 없었다. 이뤄지는 논의도 개원의가 보기엔 ‘뜬구름 잡는 소리’였다. 심지어 수술방에 직접 가본 토론자도 없었다. 이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지만 곧 저지당했다. 이필수 회장님은 소통을 강조하시는 분이다. 앞으로 이런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협력해주시길 부탁드린다.
Q. ‘대한민국 개원의사의 삶’에 대해 끝으로 한 마디
-대한민국 개원의는 참으로 힘든 삶을 산다. 혼자 경영하고, 혼자 해결해야 한다. 환자 민원에 시달리는 것은 일상이다. 또 행정업무도 늘고 있는데 수입은 과거와 별 차이가 없다. 이 밖에 앞서 언급한 의료사고 책임 문제도 두려워해야 한다. 개원의를 꿈꾸는 후배들은 ‘각오’하고 와야 한다. 생각보다 많은 자괴감과 괴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의사로 살아오면서 후회한 적은 없지만, 많이 힘든 것도 사실이다. 의사는 생명이란 가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직업이다. 의사가 의사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많은 사회적 배려가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