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신종 감염병 사태 대응에 헌신한 관련분야 종사자들에게 전수되는 ‘코로나19 대응 유공 정부포상’에서 울산대학교병원 임직원이 대거 수상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정융기 울산대병원장은 상급종합병원장 가운데 최초로 대통령 표창을 수여받았다. 김정미 간호본부장이 국무총리상을, 김진호 시설팀장이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이태훈 호흡기내과 교수를 비롯한 9명이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정융기 울산대병원장은 “울산시와 시민 등 모든 분들의 적극적인 방역과 극복을 위한 노력에 있었기에 지역 코로나 대응이 가능했다”며 “철저히 준비하고 희생을 아끼지 않은 직원들의 노력이 있기에 받은 상이라 더욱 감사하고 값지다”고 소감을 전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땀 흘리지 않은 의료기관 종사자는 없다. 정부와 국민들 또한 범의료계를 향해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번에 울산대병원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평가다.
울산시 유일 대형의료기관으로 지역 확진자 사실상 전담
울산대병원은 민간병원이면서도 한 지역의 감염병 대응을 전담해왔다.
사태 초기부터 지금까지 지역 유일의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운영 중이다. 감염병 사태가 장기화 되는 동안 울산시 확진자들은 대부분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지역 유일의 국민안심병원이면서 생활치료센터, 시립노인요양병원의 위탁 운영도 맡았다.
생활치료센터에선 환자들의 상태를 화상프로그램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설을 직접 구축했다. 울산대병원이 직접 개발한 프로그램을 현장에 설치했다. 병원이 자체적으로 이같은 설비를 개발·설치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것이다.
심지어 울산대병원은 지난해까지 상급종합병원이 아니었다. 2차병원이자 민간병원이 광역시인 거대도시의 감염병 대응을 홀로 책임진 것이다.
울산대병원은 지난해 초 첫 확진자가 발생할 때부터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안종준 진료부원장을 단장으로 한 ‘비상진료 TF’를 꾸려 안팎 상황에 대처했다.
2020년 2월부터 울산대병원 중중응급진료센터는 코로나19 중환자 치료를 시작했다. 같은 해 3월에는 보건복지부와 울산시로부터 ‘코로나19 중증응급진료센터’로 지정되면서 더 적극적인 중환자 치료에 나섰다. 사전 환자 분류공간을 조성하고, 격리진료구역을 배치했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신속한 환자 이송체계도 구축했다.
물론 이 같은 중환자 시설을 운영하기 위해선 의료진들의 숨은 노력이 수반됐다. 중환자 병상이 늘면서 병원 소속 호흡기내과 전문의의 1인이 봐야 하는 환자 수는 늘어났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불가피한 조치였다. 확진자수가 제일 많이 늘었을 때는 전문의 1명이 최대 30% 많은 환자를 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병원은 기존 시설로는 중증환자에 대한 치료가 충분하게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언제 또 불거질지 모르는 감염병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선 더욱 탄탄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감염병 확진자에 대한 수술을 안전하게 실시할 수 있는 ‘음압 중환자실’ 개설의 시작이었다.
선진국형 ‘음압 하이브리드 수술실’ 개소
비용적 부담은 덜어준 건 울산시였다. 시민 안전을 위해 울산대병원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결단했다.
이렇게 시작된 음압하이브리드 수술실 사업은 국비 15억원, 시비 20억원을 포함해 총 86억원이 투입됐다.
기저질환 및 중증응급치료가 필요한 감염병 중증환자 치료를 목적으로 한 음압 중환자실은, 병실 외에도 음압시설이 갖춰진 하이브리드 수술실 및 CT실을 구비했다.
특히 음압 하이브리드 수술실은 한곳에서 방사선 중재시술과 전통적 수술을 동시에 실시할 수 있도록 시설과 동선이 짜여졌다. 이 같은 형태의 수술실에 음압시설까지 완비한 곳은 전국에서 울산대병원이 유일하다.
음압 중환자실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에 거쳐 순차적으로 각 시설이 오픈됐다. 1단계로 먼저 12개의 1인실 음압격리병상과 6개의 일반중환자병상의 운영을 시작했다. 중환자실 전체가 음압시설로 이뤄진 시설로 선진국형 중환자실 기준에 부합한다.
2단계로는 음압 하이브리드 수술실과 음압CT실이 설치됐다. 수술실은 첨단 음압유지장치와 헤파필터 시스템을 갖췄다.
새 시설에는 신경외과, 호흡기 및 감염내과 전문의와 중증전담간호사 37명이 투입됐다. 또한 감염환자 전용 내시경 장비와 외부에서 중환자실로 바로 연결되는 전용 엘리베이터도 마련해 감염예방에 만전을 기울였다.
이 외에도 원격으로 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중앙통제시스템과 환자의 조망권을 확보하는 등 의료진과 환자 모두를 위한 설계로 완공됐다.
이렇게 완성된 음압 하이브리드 수술실은 지난 4월 말 첫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기도 했다.
코로나19에 확진된 60대 골절 환자였다. 규정된 보호장구를 갖춘 의료진은 철저한 방역 하에 응급수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후 환자는 음압카트를 이용해 안전하게 음압병실로 옮겨졌다. 확진자에 대한 전 수술 과정에 그야말로 ‘철통방어’가 이뤄졌다.
중장기적 대응 방안으로 환자 편의 제고 서비스 도입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고 우리 사회가 감염병 사태에 적응하면서 치료 외 의료서비스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울산대병원도 앞으로 장기간 우리 사회에서 이어질 감염병 사태 속 내원객들을 위한 의료서비스를 고민 중이다.
병원이 최근 도입한 ‘화상 면회 서비스’는 그 대표적인 예다.
장기가 방문 면회가 금지된 중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시스템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환자 면회 시스템은 엄격해져 보호자들의 면회가 까다로운 상황이었다.
중환자들은 특정한 시간에 요청해 화상으로 보호자와 만날 수 있다. 면회 중에는 의료진이 화상 프로그램을 사용해 보호자에게 환자의 상태를 설명할 수도 있다. 높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 양 측 모두에게 이 화상면회 시스템은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단 전언이다.
한편, 울산대병원은 이후 과제로 같은 중증 환자에 대한 단계별 진료 인프라 구축을 꼽았다.
예를 들어, 같은 중증환자라 할지라도 회복기나 재활기에 있는 환자에 대한 별도의 의료인프라가 필요하단 것이다.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정융기 병원장은 코로나19 사태 대처에 대해 “메르스 사태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잘 대응해 나갈 수 있었다. 물론 울산대병원, 그리고 울산시 모두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의료기관들은 감염병에 대한 새로운 경험이 축적됐다. 앞으로 찾아올 감염병 사태에서 보다 효율적인 대처가 가능할 것이며, 전반적인 의료 인프라가 발전할 것이라 내다 본다”고 덧붙였다.
안종준 비상진료 TF단장은 “코로나19에 대해 현장에서 대처하면서 어려움 점도 많았다. 사태가 지속되면서 개선책도 이어졌지만, 해결책이 필요한 부분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발생자가 급증하고 있는 변이바이러스가 대표적이다. 감염자의 역학경로 등 제대로 된 데이터가 축적되지 못하고 있는데, 향후 정부-의료기관의 데이터 수집·관리가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