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유럽 학계에서 독감백신이 코로나19 중증 비율을 낮출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이에따라 향후 지난해보다 더 많은 독감백신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드바인더 싱 미국 마이애미 밀러 의대 교수팀은 최근 온라인에서 진행된 ‘유럼 임상 미생물학 및 전염병 학회’(ECCMID 2021)에서 “독감 예방접종이 코로나19가 중증으로 심화하는 것을 막는 것으로 보인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은 헬스케어 연구를 위한 데이터베이스 트라이넷엑스(TriNetX)에 보관된 7000만여 명의 환자 데이터 중 코로나19 환자 3만7377명의 진료기록을 분석, 독감백신이 코로나19 중증 발병률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했다.
환자들은 확진 2주~6개월 내 독감백신을 접종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으로 나뉘었다. 환자들 국적은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으로 다양했다.
연구팀은 두 집단에 대해 15가지 증상(▲패혈증 ▲뇌졸중 ▲심부정맥혈전증(DVT) ▲폐색전증 ▲급성 호흡부전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 ▲관절통 ▲신부전 ▲식욕부진 ▲심장마비 ▲폐렴 ▲▲응급실 방문 ▲병원 입원 ▲중환자실 입원 ▲사망) 측면에서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독감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백신 접종자보다 중환자실 입원 가능성이 최대 20%정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실 방문 가능성의 경우 최대 58%까지 더 높았다.
또 패혈증 발병 확률은 45%, 뇌졸중은 58%, 그리고 DVT 발생률도 약 4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사망 위험의 경우 독감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줄어들지는 않았다.
싱 교수는 “현재 전세계 극소수만이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완전히 끝냈다. 우리는 코로나19 백신이 완전 보급될 때 까지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데이터를 통해 독감 백신과 코로나19 중증 발병 간 연관성을 관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를 주도한 수잔 타기오프 밀러 의대 연구원은 “물론 독감백신이 코로나19 백신을 대체할 수있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가능한 모든 사람이 코로나19 백신 접종할 것을 지지한다”며 “하지만 낯섦 때문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사람에게 독감백신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독감백신은 독감과 코로나19 동시유행을 막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의료계는 올해도 ‘트윈데믹’에 대한 공포가 큰 만큼 독감백신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독감백신이 코로나19 중증 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독감백신에 관한 수요는 지난해 이상으로 몰릴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보급률이 낮은 20대~40대를 중심으로 독감백신을 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
우리나라는 이미 지난해 독감백신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까닭에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독감백신에 평소보다 많은 수요가 몰린 데다 9월에는 상온 노출 사태로 일부 독감백신이 회수되고 무료백신 접종 사업이 중단되면서 독감백신 부족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한 개원의는 “올해도 4차 대유행이 퍼지면서 트윈데믹에 대한 시민들 우려가 독감백신 수요로 몰릴 수 있다”며 “무엇보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1순위지만, 지난해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독감백신 수급 대책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