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의학계 종주단체인 대한의학회가 민감한 의료현안인 PA(Physician Assistant, 진료보조인력) 문제에 대해 입장을 내놨다.
작금의 상황을 ‘다양한 직역의 인력들에게 합의되지 않은 의사 업무가 위임돼 있는 비정상 상태’로 규정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진중한 논의를 주문했다.
PA에 대해 찬반 입장을 취하기 보다 본래 취지와 달리 국내 상황에 의해 왜곡된 상태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중립적인 입장으로 해석된다.
대한의학회 박정율 수석부회장과 임춘학 기획조정이사, 염호기 정책이사는 12일 의학회 공식 학술지 JKMS에 ‘불법 PA로 인한 의료계 갈등과 위기’라는 제하의 사설을 게재했다.
우선 이들은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PA제도의 왜곡 현상을 짚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 공식 운영되고 있는 PA가 국내에서는 왜곡된 상태로 시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 의료 시스템에서 법적으로 확립돼 있지 않은 이 인력은 PA가 아닌 UA(Unlicensed Assistant), 즉 무자격 보조인력이라는 지적이다.
때문에 우리나라 PA는 불법의료에 의한 환자안전 위협, 직역 간 갈등, 전공의 수련 기회 박탈 등 다양한 병폐를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의학회 임원들은 이 같은 PA 왜곡현상 원인을 기형적 의료제도에서 찾고자 했다.
고질적인 저수가로 외과계 의사인력 부족 문제가 발생했고, 규제일변도식 의료정책, 전공의특별법 시행에 따른 의료인력 부족 등 각종 제도들이 기형적 PA를 양산시켰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상황이 수 십년 동안 이어져 오면서 자연스레 병원들은 구하기 힘든 의사 대비 비용효과성이 높은 PA를 선호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PA의 정확한 규모 등은 파악조차 되지 않아 제대로된 관리, 감독이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다른 서구 국가들과 같이 공식적인 PA 양성 시스템이 없는 것은 당연지사다. 한 설문조사 결과 PA로 활동 중인 인력 66.1%가 관련 교육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PA의 경우 명확한 업무 범위가 설정돼 있지 않아 불법과 합법의 모호한 경계선에서 어려움을 토로하고, 이는 결국 직무 만족도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작금의 상황이 지속될 경우 △전공의 수련 기회 박탈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현상 심화 △의사와 PA 간의 책임 공방 등 향후 발생할 상황에 대해서도 우려감을 나타냈다.
때문에 진중한 논의과 충분한 준비 등을 통해 처음부터 PA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선 정부와 의료계가 PA 실태를 정확하게 조사한 후 이를 기반으로 적합한 PA 도입 및 운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뿐만 아니라 의료 시스템에 적잖은 영향과 변화를 줄 수 있는 PA에 대해 시범사업 등을 통해 그 가능성에 대한 검증도 거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박정율 수석부회장은 “환자안전과 진료 질 보장, 미래 의료인 양성, 의료전달체계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타협할 수 없는 핵심가치”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의료계는 PA의 근본적 문제에 대해 먼저 논의하고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며 “이 단계가 완료된 후 이해관계자들이 PA 시스템 세부지침을 준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