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환자가 끊이지 않던 병·의원이 이전하거나 내부 수리를 한다고 하면 약국이 먼저 걱정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린다. 소위 의료기관 지원비 때문이다.
최근 일부 의료기관 또는 의사들의 상식을 넘는 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약국을 상대로 각종 비용 대납을 요구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발생하면서부터다.
명목도 회식비, 인테리어비 등 다양하다. 임대료와 관리비를 대신 내달라는 병원 요구로 약사가 매달 수백만원씩 입금하는 곳도 있다.
의료기관에서 발행한 처방전으로 조제하며 운영되는 약국에선 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약사들의 입장이다. 약사들의 생계가 걸린 일이기에 의사의 갑질로 여기는 이들이 많다.
불법 리베이트의 핵심도 의사들의 갑질이다. 최근까지 특정 약품을 처방해주고, 판매 대금 비율에 따라 뒷돈을 챙긴 사례들이 불거져 나왔다.
일부 의사는 상대적 약자인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개인비서나 운전기사 등으로 부리면서 각종 잔심부름을 시켰다. 이는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대한민국에서 의사 이미지는 “건국 이래 가장 밑바닥”이라는 농담에 의료계에서조차 공감을 표한다. 이 때문일까? 의사들은 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처방전을 미끼로 수억원대의 금전을 갈취하는 일부 병의원 행태에 연일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약사단체는 “정부가 관련 법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원금을 요구하는 의사를 처벌할 수 있는 법령 개정과 함께 의사가 독점하고 있는 처방권을 제한할 수 있는 ‘성분명 처방’ 카드를 슬쩍 내밀고 있다.
최근 병원 수술실에 CCTV 설치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계, 정치권을 넘어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됐다. 국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이 사안에 대한 국민 의견 조사까지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병원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의무화 법이 필요한가’를 주제로 의견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97.9%인 1만3667명이 찬성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은 2.1%인 292명에 불과했다.
찬성 이유로 의료사고 등에 대한 증빙자료 수집, 대리수술·성희롱 등 불법행위 감시 등이 언급됐다. 여기에 의료진 갑질 행태 개선 및 환자 인권 보호 등도 근거로 제시됐다.
‘이미지(Image)’는 상대에게 비쳐지는 자신의 형상(形像)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어떤 사람이나 사물로부터 받는 느낌을 뜻한다.
책 내용에 어울리는 표지가 중요하듯 이미지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균형이다.
겉으로 보여지는 표지와 속의 내용이 일치하면 신뢰를 얻지만 과대포장 또는 표리부동으로 느껴지는 순간 평판은 더욱 추락하게 된다.
일련의 사건들은 전대미문의 감염병 상황에서 목숨을 걸고 누구보다 먼저 현장에 달려간 의사들, 절박한 환자 상황에 같이 울어주던 의료진의 모습과 균형감이 맞지 않다.
현실에서 의사 이미지는 의료계 내부 생각보다 부정적이다. 영화, 드라마, 소설에서의 모습도 악인에 가깝다. 생명을 다루는 존경심은커녕 돈만 밝히는 속물이 집단의 표상이다.
선배 의사들은 수술실 CCTV로 이제는 후배들에게 소명의식, 사명감을 강요하기 힘들게 됐다고 푸념한다. 환자들과의 신뢰 없이는 더 좋은 의료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최악의 상황에 놓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급격히 하락한 이미지와 평판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금 가장 필요한 부분은 의사라는 직업이 가진 내외면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이는 곧 의료계가 말하는 환자를 위한 진정한 진료를 펼치기 위한 기본적인 책무이자 의료인 소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