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이번 주 열돔 현상으로 인한 역대 최고 폭염이 예고된 가운데, 정부가 온열질환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의료계는 온열질환 관리 지침과 코로나19 지침이 상충하는 부분에 대한 대책을 집중적으로 마련하면서 의료계에 대한 폭염 대책도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질병관리청은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를 통해 지난 5월 20일부터 7월 17일까지 약 2개월간 온열질환자 436명이 발생했고, 그중 6명이 열사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19일 발표했다. 사망자는 강원에서 3명, 경북·경기·서울에서 각 1명씩 나왔다.
특히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시작한 7월 둘째 주 온열질환자가 다수 발생했다. 절반이 넘은 253명이 7월 둘째 주에 쏟아졌다.
발생 장소는 건설 현장이나 제조·설비현장 등 실외 작업장이 44.3%로 가장 많았고 논밭 13.1%, 길가 10.8%, 공원·운동장 6.0%, 식당 및 실내작업장 4.6%, 집 3.9%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아직 최악의 더위가 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미 서울 전역에는 폭염경보가 내려진 상황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장마는 19~20일 이후에는 끝난다고 봐야 한다”며 “이후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무더위가 찾아온다. 아직 짧은 기간 극단적 폭염이 온다고 단정하지는 이르지만 당분간 무더위가 지속될 예정이다. 온열질환 발생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시원한 장소에서 휴식하고 실내에서 샤워를 통해 체온을 낮추면서 실내에서 수분을 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실외에서는 2m 거리두기가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마스크를 벗고 휴식을 취할 것을 권했다.
정은경 질병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무더위 속에서 일하는 분과 65세 이상 어르신과 만성질환자는 온열질환과 코로나19에 모두 취약하므로 폭염 시 낮 시간대 작업과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물·그늘·휴식 3대 수칙을 준수해 달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온열질환 대비책이 코로나19 방역수칙과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시원한 장소를 찾아 실내로 찾아드는 사람이 많다”면 “그런데 실내 에어컨 사용으로 먼 거리에서도 감염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교대 휴식제 권고 등을 통해 사람이 밀집될 만한 요소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또 일반적으로 수분을 섭취하려면 결국 실내로 이동해서 마스크를 벗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점도 우려스럽다”며 “또 잠깐 휴식을 하거나 물을 마시기 위해 실내시설을 드나드는 방문객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전파력이 큰 델타 변이가 유행 중인 데다가 에어컨 바람까지 강한 상황이다. 잠깐의 방문도 방역 구멍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온열질환으로 인한 의료계 고충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전문의는 “방호복을 입는 의료진들 피로감이 한계치에 도달했다”며 “자칫하면 의료계마저 온열질환에 녹다운될 상황이다. 날이 더 더워지면 에어컨 바람도 세지고 실내 선호도 많아지면서 전파 사례가 늘어날 것이다. 더 늘어날 의료진의 부담을 덜어줄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에서는 우선 본격적인 무더위에 앞서 의료계에 대한 폭염 대책부터 챙기겠다는 입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현장 방문에 나섰다.
홍 부총리는 19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을 방문해 “폭염 속 방역 최일선에서 사투 중인 의료진을 보며 현장 피로도가 더욱 가중되지 않을까 염려됐다”며 “의료진에 대한 폭염 대책을 더 꼼꼼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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