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예방접종 위탁기관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의료계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특히 예방접종 업무를 대부분 담당하는 내과계에서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까지 나온다. 치과병원·한방병원 등에서 의사를 고용하는 등 접종을 위한 준비를 한다고 해도 아나필락시스 쇼크 등 이상반응에 대해 적절히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질병청이) 지난 27일 발표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두고 의료계 중에서도 내과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내과는 국가 예방접종사업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데, 당장 치과병원·한방병원 등과 경쟁해야 할 판이다.
물론 의원급 치과병원·한방병원 등이 예방접종사업을 위해 의사 고용 및 진료과 설치 등을 할 수는 없겠지만,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충분히 참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와 관련, 박근태 대한내과의사회 회장은 치과병원·한방병원 등에 예방접종을 위한 시스템에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 이로 인해 아나필락시스 쇼크 등 이상반응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회장은 “일단 한방병원이나 치과병원 중에서도 의원급은 예방접종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질병관리청에서 시행령을 바꿔 국무회의 때 의결됐으니 따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의사만 구한다고 해서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독감이나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의사만 고용해서 하는 것 아니다. 병을 알아야 하고,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내과의사회는 성명서 등을 통해 질병청에 강하게 항의할 계획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에서는 이에 우려를 표하는 성명서가 연이어 나왔다. 의협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감염병예방법 시행령 개정안이 예방접종을 위한 인력부족이나 의료기관 접근성이 좋지 않은 것으로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무면허 의료행위 발생 위험, 이상반응 대처 미흡, 접종기관 관리 소홀 등 문제가 우려되는 개정안을 의료계의 의견을 무시한 채 졸속 집행한 것은 코로나19 상황 하에서 의-정간 협력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청소년과의사회도 “질병청이 코로나19 예방접종에 참여하겠다는 의원급 의료기관들 뜻을 무시하고, 이미 접종 기관이 충분하다고 떠들어 대면서 참여를 불허한 바 있다”며 “보건소를 이용하기 불편한 주민 등이 지리적으로 근접한 장소에서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제안 이유를 밝힌 것은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분명히 했다.
지난 2018년 한의사에게 봉침시술을 받은 후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사망한 사례를 들어 “국민건강을 위험에 빠뜨리는 짓을 서슴지 않은 질병청의 무능한 짓거리에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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