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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정부는 지난 7월27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치과병원과 한방병원에서도 예방접종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한 ‘감염병예방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개정안을 두고 의료계 안팎에서 커다란 논란이 생기고, 구태의연한 논쟁이 반복되는 것은 왜일까.
해당 개정안은 보건소를 이용하기 불편한 주민 등이 지리적으로 근접한 장소에서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현행 ‘의원 또는 종합병원, 병원, 요양병원’으로 규정한 예방접종업무 위탁 대상 의료기관 범위를 ‘의원 또는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개정하고, 의과 진료과목을 추가로 설치·운영해서 치과병원과 한방병원에서도 예방접종이 가능토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로 백신 접종만이 해결 방법이라고 모두가 굳게 믿고 있는 지금, 일견 예방접종이 가능한 의료기관이 늘어난다면 보다 신속하게 접종이 이뤄지고 그토록 바라던 집단면역에 도달해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코로나19 백신 수급 실패 정당화하기 위한 정부의 꼼수"
그러나 이 법안은 코로나19 백신 수급 실패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잘못을 감추고 정당화하기 위한 정부의 꼼수다. 단순히 의료 접근성이 떨어져서 코로나19 백신접종이 효율적으로 이뤄 지지 않고 있다고 호도하기 위함이다.
대한민국 의료취약지에서 의료접근성을 살펴보면, 치과 병원이나 한방병원이 보건소보다 수월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필자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 이 법안이 대다수 국민에게 끼치는 폐해가 너무도 클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예방접종은 단순히 주사를 접종하는 행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사제의 정확한 효능과 작용뿐만 아니라 접종 후 발생하는 부작용, 특히 아나필락시스 쇼크와 같은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할 때 즉각적인 처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의료인력 교육, 사후관리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이 뒷받침 돼야 하는 이유다.
백신 공급만 충분하다면 현재의 위탁 의료접종기관들로도 충분히 전 국민 집단면역 달성을 이뤄낼 것이라 필자는 확신한다. 대한민국 예방접종 시스템은 그간 국가예방접종 사업을 통해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 인력까지도 충분한 교육과 경험을 쌓아 왔기에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치과 병원, 한방병원처럼 백신접종에 대한 임상경험이 없이도 단지 의사만 고용해 백신접종을 가능케 한다는 단순 논리에서 나왔다.
예방 접종을 위해 일시적으로 의사를 임시로 고용하는 풍경도 나오게 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이 또한 백신 접종에 대한 교육, 접종 후 부작용에 대한 대처 등 하나의 전체적인 교육시스템으로 일궈 놓은 예방접종시스템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까 걱정된다. 코로나19 백신의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현실에서 본다면 참으로 위험한 발상인 것이다.
현재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원활하게 이루어 지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업무를 담당하는 의료기관 숫자가 부족하거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제때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정부의 백신 수급 실패와 질병관리청의 근시안적이고 허술한 대책 때문이다.
정부는 무리하게 위탁의료접종기관 숫자를 단순히 늘리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백신 수급에 최선을 다해 안전하고 신속하게 접종이 이뤄지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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