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화이자와 모더나가 유럽 수출분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가격을 나란히 인상한다고 선언한 가운데 정부는 양사의 백신 가격 인상이 내년 공급분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화이자와 모더나는 최근 유럽연합(EU)과의 백신 공급계약에서 가격을 기존대비 가각 25%, 10%씩 인상했다.
이로서 유럽에 공급되는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1회분 가격은 15.5유로(한화 2만1000원)에서 19.5유로(2만6700원)으로, 모더나 백신 1회분은 22.6달러(2만6000원)에서 25.5달러(2만9400원)으로 늘어난다.
두 회사 백신의 가격 인상은 경쟁 백신 대비 뛰어난 효과와 EU의 백신 수급 상황 등으로 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화이자‧모더나 백신은 모두 mRNA(메신저 리보핵산) 플랫폼 기반 백신이다.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등 바이러스 벡터 백신 대비 중화항체능이 뛰어나고 부작용 발생이 상대적으로 적어 각 국가의 선호도가 높다.
게다가 EU는 최근 혈전증 등을 이유로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의 접종 제한 연령을 상향했다. 백신 공급에 제한이 걸리면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에 대한 수요가 커진 상황이다.
국내 또한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접종 연령 제한을 만 30세 이상에서 만 50세 이상으로 늘린 만큼 화이자‧모더나 백신 수급이 열쇠로 떠올랐다.
실제 지난 7월 모더나 백신 도입이 늦어지면서 50대 접종 백신이 화이자로 변경되는 등 접종 일정에 차질이 빚어진 바 있다.
정부는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EU 공급가격 인상이 내년도 계약분부터 국내 공급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진단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일 “내년에 계약 부분에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현재는 협상 초기 단계라서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향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다만 올해 공급분의 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물론 올해 도입하기로 계약이 체결된 가격에는 영향이 없다”며 “올해 공급분에 대해서는 기존 체결된 가격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인상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올해 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향후 백신 수급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 백신 전문가는 “코로나19가 엔데믹으로 간다는 사실은 이제 공인된 사실”이라며 “백신 수급은 당장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가격 인상은 국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재조합 단백질이나 불활화 백신 등 기존 플랫폼의 백신이 나와야 한다”며 “기존 플랫폼을 활용한 백신이 출시되면 mRNA 백신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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