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질병관리청(질병청)이 일선 의료기관에 코로나19 백신을 직접 수령토록 하면서 ‘온도일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예방 접종 위탁 의원급 의료기관은 1만5000여 곳 정도 되는데, 의사 및 직원 1~2명으로 운영 중인 의원급에 백신 수급까지 맡긴 꼴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백신 폐기 원인 중 대부분 이유가 온도일탈로 파악되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질병청은 8월 첫째주 분량의 백신을 보급하면서 일부 의료기관의 소량 백신은 각 지자체나 보건소로 일괄 배송하고, 해당 의료기관이 직접 백신을 수령토록 안내했다. 쉽게 말해 의원급 등 예방 접종 위탁 의료기관에 코로나19 백신을 직접 가져가라는 뜻이다.
질병청의 이 같은 조치에 일선 의료기관은 반발했다. 현재 유럽의약품청(EMA)을 비롯해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2~8도에서 최장 31일간 보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해당 온도를 유지하면서 운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온도일탈로 인한 책임소재는 물론, 이로 인한 안전성도 문제다. 질병청은 개별 의료기관에 코로나19 백신을 수령토록 한 것은 일시적인 조치라고 해명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지난주 일부 백신 종류가 모더나사의 백신 수급 지연으로 백신 접종 시행일에 맞춰 백신을 신속하게 배송 하는 게 필요해 일시적으로 위탁 의료기관에 보건소에서 백신을 수령토록 안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질병청의 이 같은 해명에도 일선 의료기관의 지적은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위탁의료기관인 A 의원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을 접종 기관이 직접 수령하라고 한 게 처음이 아니다”며 “일선 의료기관 불만이 상당하다. 정부가 백신 수급·배송 등과 관련해서 호들갑만 떨지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B 의원 관계자의 말은 더욱 구체적이었다. 화이자·모더나 등 백신은 2~8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를 확인하기 어렵고, 이로 인한 백신 안전성도 문제라는 것이다.
B 의원 관계자는 “보건소에서 약을 가져올 때 2~8도를 유지했다는 것을 누가 확인하냐”고 반문하며 “온도일탈 때문에 백신이 변질돼 문제가 생기면 그때서야 일이 터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온도일탈을 방지할 수 있는 용기, 온도계 등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지 안내라도 해야 하는데, 일선 의료기관에서 진료 및 접종 등을 다 하라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코로나19 백신 폐기 사고의 약86%는 온도일탈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폐기 현황에 따르면 2월 26일부터 7월 1일까지 폐기된 코로나19 백신 8886회분 중 7667회분(86.2%)이 온도일탈로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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