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대한민국의 어떤 노동자도 장담할 수 없는 게 바로 ‘산업재해’다. 특히 생업 중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환자들에게 깊은 절망과 두려움을 안겨준다. 이 때문에 산업재해를 전담 관리하는 근로복지공단 산하 병원들의 무게감은 결코 적지 않다. 공업단지가 밀집한 대구‧경북지역에도 근로복지공단 소속 대구병원이 운영되고 있다. 이 곳에 최근 새로운 사령탑이 부임했다. 오랜 기간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에서 경력을 쌓아온 정희(58) 병원장이 신임 대구병원장으로 취임했다. 데일리메디가 정 병원장을 만나 산업재해 치료거점으로서의 역할은 물론 앞으로 추진해 나갈 대구병원의 청사진에 대해 들었다.
재활의학 중심 병원으로 산재환자 전담케어
“산업재해로 환자 대부분이 장기간 치료가 필요합다. 이들은 신체는 물론 심리 문제까지 여러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심리치료뿐만 아니라 재활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일상복귀를 넘어 직업 복귀까지 돕고 있습니다.”
취임 2주 차인 정희 병원장은 이미 병원에 녹아든 모습이었다. 그는 안산병원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면서 재활 프로그램을 창안한 주인공이다. 스스로 기틀을 잡은 직업재활시스템인 만큼 대구병원에서도 빠르게 녹아들었다.
정 병원장은 대구병원의 가장 큰 장점으로 ‘시설’을 꼽았다. 수중재활치료실부터 웨어러블 로봇 등 최신 재활 설비를 운용하는 동시에 환자들에게 최상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대구‧경북권에서 가장 큰 수중치료실을 운용하고 있다. 하이드로사이클, 수주트레드밀 등 수중운동기구뿐만 아니라 경사로 좌식입수장치를 도입해 입수에 대한 환자들의 신체적‧정신적 부담도 줄였다”고 소개했다.
"이 외에도 웨어러블 보행로봇, 상지재활로봇, 전신진동운동치료기 등 첨단 재활장비를 도입해 필요한 환자들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입원실 역시 대구병원의 장점이다. 입원환자들이 느낄 동선의 불편함을 최소화 하기 위해 치료를 위한 시설은 대부분 한 층에 배치돼 있다.
입원실은 일괄 4인실로 운영 중인데 각방에 모두 화장실을 설치했다. 환자 격리가 가능한 만큼 지난해 2월부터 4월까지는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전환, 운영되기도 했다.
‘인력’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직업제활 프로그램 면에서 강점이 있다는 게 정 병원장 설명이다.
그는 “재활 특화 병원인 만큼 재활의학과 전문의 5명이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 또 수십 명의 심리치료사와 사회복지사, 재활치료사들이 환자들을 전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사업상담을 통해 재활치료에 장애가 될 수 있는 심리적‧사회적‧경제적 어려움을 파악하고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정보제공 및 지역사회 자원 연계 등을 통해 건강한 사회 복귀를 돕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역할‧공공 책무 ‘투 트랙’ 강화
그렇다면 대구병원의 향후 행보에 관한 구상은 어떨까. 정 병원장은 현재 직업재활 거점으로서 병원의 역할을 유지하면서 공공병원으로서 책무를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기본적으로 근로복지공단 소속 병원들은 보험자병원인 만큼 우선 보험자병원 역할에 충실한다는 복안이다. 이와 함께 직업복귀프로그램 강화에도 힘쓸 예정이다.
그는 "예를 들어 어깨 부상만 해도 물건을 높게 들어올리는 노동자는 그렇지 않은 노동자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재활이 필요하다"며 "개개인의 직업적 특성을 더 반영할 수 있는 강화된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선 병원을 찾는 일반 재활환자들에 대해서도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민간병원과의 재활치료 관련 협업체계도 강화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사고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주목받는 만큼 환자들의 ‘멘탈 케어’ 역량 강화에도 신경쓰겠다는 것이 정 병원장의 포부다.
정희 병원장은 “의료진을 비롯해 심리치료사, 사회복지사, 직업재활사 등 모든 인력이 멘탈 케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환자의 스트레스를 모니터하고 치료하는 다수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에는 외부 의료진과 협진을 비롯해 다양한 멘탈 케어 역량 강화를 준비 중”이라며 “궁극적으로 트라우마센터 설립과 전담 의료진을 영입해 운영하는 것도 계획에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직원이 행복하고 자긍심 갖는 병원 지향
정희 병원장은 그동안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 재활전문센터장, 진료부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국내 최고의 재활 전문가로서 명성을 떨쳤다.
특히 직접 개발한 직업복귀 프로그램은 현재 국내 직업재활의 표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공로로 2009년 노동부장관상을 받고 2015년 근로복지공단 우수 의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근로복지공단 안산병원에 처음 부임했을 때 병원에서 운영 중인 재활 프로그램 수준이 기존 병원을 넘지 못했다. 그래서 2009년부터 근골격계 산재환자들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산재 환자들의 직업 복귀 촉진에 특화된 작업능력 평가 프로그램과 강화 프로그램을 개발, 국내 최초로 근로복지공단 병원에 도입했다”고 덧붙였다.
정 원장에게 마지막 포부를 묻는 질문에 "직원이 행복한 병원을 만들고 싶다"는 답을 내놨다.
그는 "직원들이 일에 대한 의미를 찾고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병원을 만들고자 한다"며 "앞으로 직원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건네는 병원장이 되겠다"고 다부진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