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임기 여성에서 높은 발병률을 보이는 자궁경부암은 조기 발견이 가능해지면서 자궁 전체를 들어내기 보다는 자궁경부만을 절제해 임신력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문제는 자궁경부에 광범위한 절제술을 받고 나면 해당 부위가 폐쇄 혹은 협착되며 자궁 입구가 막힐 수 있다. 이 경우 자궁 자체 기능은 남아도 임신은 힘들어진다.
체외 수정된 배아를 인공적으로 자궁에 이식하는 ‘배아이식술’이 있지만 자연 임신과 마찬가지로 자궁경부를 통해 주로 이뤄지는 만큼 자궁경부가 폐쇄된 환자들은 이마저도 어렵다.
하지만 이번에 김슬기 교수팀의 발표에 따르면 이러한 환자들에게도 희망이 생길 전망이다.
연구팀은 1기 자궁경부암을 진단받은 30대 환자를 대상으로 로봇 복강경을 통한 자궁경부암 수술을 시행했다.
그로부터 3개월 뒤 자궁 입구가 완전히 폐쇄된 상태에서 자궁근막을 통과하는 배아이식술을 통해 임신 및 출산까지 안전하게 마쳤다.
해당 환자는 암 수술 과정에서 자궁경부를 광범위하게 절제한 후 자궁 폐쇄가 일어났으며, 다시 확장하는 게 불가능해 임신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환자가 임신을 강력히 원해 연구팀은 자궁 입구를 지나는 대신 ‘카테터’라는 금속의 얇은 관을 자궁 근육층에 통과시켜 배아를 이식하는 방법으로 임신을 시도해 성공했다.
‘자궁근막 통과 배아이식술’이라고 불리는 이 방식은 초음파 영상만으로 카테터 위치를 파악해 정확한 장소에 배아를 전달하는 고난도 시술로 비교적 시행 건수가 적은 편이다.
특히 로봇 복강경을 통해 광범위 자궁경부 절제술을 받은 후에 이를 시행해 출산까지 성공한 것은 연구팀 사례가 세계 최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슬기 교수는 “자궁경부암으로 절제수술을 받은 환자는 물론 자궁경부의 구조적 이상을 가진 경우에도 ‘자궁근막 통과 배아이식술’을 통해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많은 성공 사례들이 쌓이고 연구가 이어진다면 난임 부부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팀 발표내용은 영문학술지 ‘Clinical and Experimental Reproductive Medicine'에서 확인할 수 있다.